인간의 말은 몇 가지 정해진 의미밖에 담을 수 없지만, 몸짓은 다르다. 외국어를 몰라도 머뭇거릴 필요가 없는 이유는 '바디랭귀지'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 몸짓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다른 사물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몸짓은 그래서 자유롭다. 전통을 그대로 담고있는 전주 한옥마을에 서면 시간을 초월한 느낌, '지금'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마임과 한옥마을은 닮아있다.
한국적 정서와 전통의 맛을 살린 전주한옥마을마임축제(위원장 최경식)가 11일부터 15일까지 전주한옥마을 일대와 걷고싶은 거리(전주 고사동)에서 열린다. 전북예술회관에서 제5회 한국마임페스티발이 열렸던 1993년 11월 이후 10여년만에 맥을 잇는 셈이다. 달란트연극마을·전국체전문화행사기획단 주관.
축제기간 한옥마을을 찾는 마이머들은 국내·외 16개팀. 프랑스 마임극단'르노'와 일본인 미찌로, 한국마임협의회 조성진 회장(㈔거리문화시민연대 대표)과 유흥영 전 회장(극단 사다리 예술감독), 이탈리아극단'로프'에서 활동한 김원범, 영국 에띠엔 드크루 마임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극단생활을 했던 윤종연(극단 몸꼴 대표), 강한 메시지 전달로 각인된 타이거백, 가수 이은미의 콘서트에 '네츄럴'게스트로 참여해 이름난 고재경, 퍼포먼스'효순, 미선'으로 알려진 극단'유정', 춘천마임축제 무대에서 익숙하게 봤던 김봉석·유철민·강정균·현대철 등이 참가해 철학적인 메시지부터 일상에서 누구나 겪었을 황당한 사연들을 코믹하게 구성한 작품까지 다양한 마임의 세계로 인도한다.
전주에서 열린 이런저런 축제무대에서 만났던 김현철·손삼명·이두성·이태건·홍창종도 삐에로와 저글링 공연 등으로 다시 전주관객을 찾는다. 판소리 구음에 마임을 접목한 무대를 보여줄 소리꾼 김경호(도립국악원 창극단 단원)와 현장휘호를 보여줄 서(書)예술가 김진성은 이번 마임축제의 특별게스트.
조지훈의 시'승무'에서 얻은 영감을 가감 없이 보여줄 김봉석의 '나빌레라'와 윤효중의 목조작품 '물동이를 인 여인'을 바탕으로 미술작품에게 '동작'을 줄 극단 유정의 '정(情)'은 특히 눈여겨볼 만 하다. 프랑스극단'르노'의 전통마임 저글링과 우리 색을 가미한 김현철씨의 저글링을 비교해 감상하는 것도 이번 마임축제의 특별한 재미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무대는 무형문화재 남사당줄타기 이수자인 권원태씨(안산시립예술단 단원)의 '남사당패의 줄타기'. 축제가 많은 이 지역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공연이다.
삶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공간에서 열릴 몸짓 퍼포먼스는 우리에게 고정돼있던 예술의 범위를 넓혀줄 예정. 그들의 몸짓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담을 손짓과 표정으로 섬세하고 진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주공예품전시관 주변과 '걷고싶은 거리'에서 펼치는 19회의 공연은 무료이며, 교동다원과 다문찻집에서 열리는 10회의 유료공연은 '사랑티켓'(일반 5천원·학생 2천원)으로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63) 287-1118 http://koreamime.imanit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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