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멍석을 깔면 소리판이 됐던 소리판의 원래 모습을 재현한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곽병창)의 ‘해설이 있는 판소리’(이하 해설판소리)가 4일로 1백회를 맞는다.
각주가 달린 ‘사설’을 읽기 쉽게 보여주고,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해설판소리는
‘판소리가 대중에게 한 발 다가간다’는 취지로 센터가 개관과 함께 시작한 상설프로그램.
지난해 9월 7일 도내 대표적인 젊은 소리꾼 김경호씨의 적벽가 눈 대목으로 시작한 이 공연은 개별 소리꾼을 무대에 세우다 29회부터 도제식으로 전수되는 판소리 전승 특성을 살려 가문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바꿨다. 지난 1월 이일주 명창과 제자인 유보연·차복순·장문희·송재영씨가 첫 무대를 열며 4회 연속 무대에 올랐고 조소녀·최승희·이난초·김영자·최난수·민소완·박양덕·김소영·홍정택·이순단 명창이 차례로 제자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99회의 공연을 통해 심청가 28번, 수궁가 24번, 춘향가 23번, 흥보가 16번, 적벽가 6번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이 97번 불려졌으며, 창작판소리인 ‘모세뎐’(김형철)과 ‘유관순열사가’(민소완)가 각각 1번씩 불려졌다. 99회 공연은 단가특집으로 꾸미기도 했다.
소리꾼으로 보면 초등학생에서 명창까지 문턱이 없었다. 김경호·김경희·김미숙·김연·민소완·박미선·소주호·이순단·임현빈·차복순 등이 두 차례 이상 이 무대와 인연을 맺었던 명창들. 장문희·정은혜·임현빈·조성은씨는 이 무대를 통해 각광받은 젊은 소리꾼이다.
관객들도 남녀노소를 넘어 외국인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특히 5월 20일(62회) 영문자막이 함께 올려졌던 해설판소리의 의미는 각별하다.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가 학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판소리 사설 해제 및 영문번역 과제의 중간평가로 이뤄진 이날 김연 명창이 심청가를 불러, 에워싼 외국인 관광객들의 어깨에 신명을 불어넣었다.
전국에서 소리꾼이 가장 많은 전주는 귀명창 또한 기세가 등등한 곳.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모임인 ‘더늠’(회장 권혁대)이 탄생된 것도 의미가 깊다. 어느덧 판소리 매니아들로 변한 이들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고법강의를 열기도 하고, 올 12월에는 명창들의 ‘더늠’을 한 자리에 모은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곽병창 관장과 도립국악원 류장영 관현악단장이 간혹 해설자로 나서긴 했지만, 해설판소리의 일등공신은 전국 유일의 판소리해설자로 자리잡은 군산대 국문과 최동현 교수다. 판소리 다섯 바탕의 계파와 명창들의 내력, 전승체계를 이해하고 있는 판소리 연구자인 그는 구수한 말솜씨로 좌중을 이끌었고, 이 무대를 통해 ‘움직이는 판소리사전’의 진가를 유감 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해설판소리가 소리의 고장인 전주가 자랑하는 또 하나의 명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걸어온 길만큼 가야 할 길이 멀고 고단해 보인다.
중고교생·대학생·주부·외국인 관광객들 등 관객층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해도 매니아가 관객의 주를 이룬 현실에서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아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미 만들어진 소리꾼이나 추천 받은 소리꾼의 무대가 아닌 ‘가능성이 보이는 소리꾼과 고수’를 직접 찾아내 소개하는 적극적인 기획도 절실하다.
“판소리의 고장이라고 해도 이에 걸맞은 형식과 내용이 없던 전주에 판소리 대중화를 위해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최 교수는 “판소리의 세계화를 바란다면 외국인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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