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시름 앓는 용왕의 병에 특효라는 토끼의 간(肝). 이 간을 둘러싼 자라(별주부)와 토끼의 줄다리기. 판소리 '수궁가'가 해학이 가득한 완판 창극으로 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 무대에 오른다.
수궁가는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우화적인 요소가 많은 판소리. 다양한 형식으로 무대에 올려온 대표적인 소재다.
"무엇보다 소리에 중심을 뒀다”는 이번 작품은 우리 나라 첫 번째 판소리 인간문화재였던 명창 정광수옹(丁珖秀·1909∼2003)의 창본 판소리 사설을 그대로 살려 창극 양식에 맞도록 각색했다. 국립국악원 민속단이 수성반주로 소리에 신명을 더할 예정.
세트를 최소화하는 대신 막의 전개를 영상자막으로 처리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우화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아크로바트 무예 등 새로운 시도를 기획한 것도 돋보인다. 연출 김효경씨(서울예술대 교수)는 "판소리와 장단의 시각화에 주력해 주요 배경인 육지와 바다의 동물들을 현란한 몸 동작으로 활기차게 진행시키겠다”고 말했다.
창극 '수궁가'는 지난 2001년 4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전주 한옥마을에 정착, '온고을 소리청'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일구(63)·김영자(52) 명창부부가 마련했다. 국립창극단과 국립국악원, 온고을소리청 문하생 등 명창부부의 제자와 후배 70여명이 함께 한다. 전주시 보조금 2백만원외 모든 제작비용도 이들에게서 나왔다. 십시일반이거나 무일푼 연출(출연)로 준비과정부터 훈훈한 무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준보유자인 김영자 명창이 토끼 역으로 직접 무대에 오르고, 국립창극단원인 왕기석씨가 별주부 역을 맡았다. 2003소리축제 어린이창극 '다시만난 토끼와 자라'에 나왔던 어린이소리꾼 장반석·김윤지·노여진·박현영 등이 '쉬파리' 역으로 출연해 재미를 더한다. 또 윤충일(도사 역) 김경숙(할미새 역) 우지용(멧돼지 역) 김학용(용왕 역) 김금미(여우 역) 등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열연도 기대된다.
'남편은 전남 화순 부인은 대구'. 일찍부터 '영호남의 대동단결'을 이룬 명창 부부는 1983년과 1985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차례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으며 전주와 인연을 맺었다. 전주에 정착한 이유는 "귀명창이 많은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에서 소리에 전념하기 위해서”. 명창부부의 아들이며 구성진 상여가락으로 젊은 명창 소리를 듣는 김경호씨(도립국악원 창극단)도 북장단으로 함께 한다.
"이번 창극은 전주관객들이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소리로 입맛을 돋울 것”이라고 소개한 김일구 명창은 "노인·장애인 등 공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찾아가는 온고을 소리청'의 무대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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