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학교에 계신 것만 같습니다. 작업에 있어서는 엄격하면서도 정이 깊어 제자 사랑이 대단하셨지요.”
작년 11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무렵 故 배형식 교수(원광대 정년퇴임)는 가족들과 제자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남겨둔 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년뒤, 스승이 떠난 허전한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제자들로 구성된 원형조각회(회장 원광대 김광재 교수)가 스승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스승의 유고작품과 함께 여는 전시회 '원형조각회전 및 고 배형식 선생님 추모 1주년전'.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
1970년대 초 원광대에 터를 잡은 배교수는 제자들을 키우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전북의 조각계를 일궈냈다. 30여년 동안 배출한 학생만 해도 5백50여명.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1백50여명에 이른다.
여러차례의 기회에도 "학생들도 가르쳐야 되고, 작가로서 고민도 더 해야한다”며 한사코 고사했던 개인전. 배교수는 정년퇴직을 하던 1991년,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다.
원광대 교시탑, 봉황탑, 정문 입구 부조상을 비롯, 장수 '논개상' 전주 한국은행 '모자상' 전북예술회관 '춘하추동' 전주 덕진공원 내 전봉준·신석정 동상 모두가 그의 작품. 배교수의 흔적들은 도내 곳곳에 남아있다. 제자들은 그런 스승의 작품들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야린 배형식 개인 미술관'설립을 소망하고 있다.
배교수는 인체구상조각에 주목, 철두철미한 대상의 관찰로 주로 여체작업을 통한 인체 비례와 선의 아름다움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유고작품 '소고무' 2점과 '발레하는 소녀' '결실' '여심' 등 5점과 73명의 제자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원광대 김광재 교수는 "공간상의 제약으로 더 많은 제자들이 참여하지 못해 아쉽다”며 "제자들이 한자리 모여 스승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고, 조각가로서 도약을 위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열여섯번째 전시를 스승의 추모전으로 마련한 원형조각회는 1982년 창립, 원광대 미술학과(조각전공) 졸업생들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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