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자 명창(㈔온고을소리청 이사장)이 물을 만났다. 창극 '수궁가'(1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3년전 전주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김일구·김영자 명창과 이들의 후배·제자들이 힘을 모은 작품이다.
간(肝)을 둘러싼 토끼와 자라의 줄다리기. 뻔한 내용이지만, 관객을 빠져들게 할 매력이 충분했다. 특히 이 작품은 창극에서 소리꾼의 역할, 광대의 역할 위에 소리가 서야 비로소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킨 무대였다.
관객의 눈동자와 귓바퀴에 깊이 각인된 김영자 명창(토끼 역)의 소리. 우리 가락의 멋에 흠뻑 취한 객석의 모습은 대부분 그에게서 비롯됐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무릎장단을 치고, 적재적소에 추임새를 넣어 떠들썩한 '판'을 만들었다. 3시간여의 공연동안 구경꾼에서 소리와 가락을 아는 귀명창으로 변해갔던 탓이다.
가벼운 잔발놀림과 재치 있는 동작을 특징으로 한 그의 독특한 발림(제스처)도 '심청이 아비 공양하듯''뺑덕어미 심봉사 조르듯''춘향이 이도령 반기듯''놀부 마누라 흥부 귀싸대기 때리듯' 자유로웠다. 국산캐릭터 마시마로(엽기토끼)를 떠올리는 관객도 꽤 있었다고.
김일구 명창과 국립국악원 민속단의 수성반주는 있는 듯 없는 듯 제 소리를 담그고 빼며 소리결에 힘을 실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으로 분한 6명의 방창과 남도소리에 기초한 판소리 창법과 사설, 간간이 삽입한 코믹요소도 관객을 신나게 했다. 샤막(반투명천)과 영상을 활용해 장면전환과 신비한 무대효과를 보여준 것도 이 지역 관객에겐 큰 선물이었다. 그러나 같은 영상이 지나치게 반복됐고, 영상편집과 화면 내용이 성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출연진과 조명의 호흡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고, 무빙라이트(맥)의 과한 활용으로 극의 전개가 난삽하게 보인 점은 지적된다. 일부 단원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극의 진행을 어림짐작했다는 것은 객석에서 던진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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