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고 김장철이니까 차라리 배추나 무를 가져오세요. 후라이팬도 좋고, 냄비도 좋습니다.”
미술가 김충순씨(47)가 4일부터 12일까지 얼화랑에서 열여섯번째 개인전을 연다. 사람들에게 즐거운 충격을 주고 싶어하고, 혼자 튀고 혼자가 자유로운 ‘독립군 미술가’ 김씨는 이번 전시에 인물들을 담은 평면 작품과 도자기들을 내놓았다. 그의 쉼터 찻집 ‘풍경소리’에 앉아 손님들을 구경하며 틈틈이 그린 것들이다.
“난 그림이 장식성도 강하고 화려한 사람이지만, 이번에는 엷은 색조화장으로 했습니다.”
마시고 있던 커피도 찍고, 흙도 바른 이번 전시는 흑백 위주 모노톤으로 포인트가 되는 부분만 엷게 색칠했다. 선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그의 작품은 어릴 적 습작했던 만화책 주인공 모습이 습관처럼 손에 익어서다.
무엇이든 톡톡 튀지 않으면 답답해하는 그의 전람회 시간은 12시부터 8시까지. 매일 저녁 7시에는 그의 표현대로 ‘바이롱쟁이’ 김은철씨(48·요하네스쳄버오케스트라 리더)가 작은 연주회를 연다. 1981년 첫 개인전에서도 연주, 공동작업했던 오래된 친구다.
전시 기간에도 그는 계속 그림을 그린다. 화랑 한쪽 벽면에 8m×2m 되는 종이를 걸고, 9일동안 조금씩 흥겨운 오케스트라를 그려넣을 생각이다. 그는 완성된 작품이 궁금해 다시 전시장을 찾게 하려는 얕은 수라고 말하지만, 작업 과정을 공개할 만큼 자신의 그림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 봄 개인전에서 ‘미나리 카페’를 열었던 그의 이번 전람회는 ‘그림이와 놀아주기’다. 여기서 ‘그림이’는 김씨가 그린 ‘그림’이 아닌, 며칠후면 세상 밖으로 씩씩하게 뛰쳐나올 그의 둘째 아이다.
앞으로 누드 크로키도 시도할 생각인 그는 실력 좋은 후배와 함께 작은 전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원광대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공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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