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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속 지혜] 자리

 

전유는 不居牛迹하고 大鵬은 不滯蒿林이라

 

전유 불거우적 대붕 불체호림

 

철갑상어나 다랑어 같은 큰 물고기는 소 발자국에 물이 고인 것 같은 작은 웅덩이에서는 살지 않고 큰 붕새는 쑥대 밭 같은 하찮은 숲에는 머무르지 않는다.

 

동진(東晉)시대의 갈홍(葛洪)이라는 사람이 쓴《포박자(抱朴子)》의 〈임명(任命)〉편에 나오는 말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머무는 곳도 격에 맞는 곳에 머물러야 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고대광실에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비록 누추하더라도 큰 뜻을 실천할 수 있는 곳, 맑고 깨끗한 곳, 정의가 살아 숨쉬는 곳, 비겁하지 않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사람은 자신의 뜻에 따라 어디라도 갈 수 있다. 그러나, 내 발로 다닌다고 해서 아무데나 가서는 안 된다. 깊은 생각 없이 옮긴 발걸음 하나가 평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5.16, 10.26. 12.12, 5.18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보라.

 

그 사건들 앞에서 나의 발이 어디를 딛고 서 있었느냐에 따라 생사는 물론 일생에 대한 평가까지도 순간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던가! 자동차를 운전하다보면 더러 사창가나 유흥가 같은 이상한 길을 어쩔 수 없이 지나게 될 때가 있다. 이런 때 필자는 특히 운전을 조심하고 되도록 빨리 그 길을 지나려고 노력한다. 만약 그곳에서 접촉사고라도 발생하여 무슨 문제가 생기면 사람들은 필자에 대해 "왜 거기에 갔을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일종의 근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근신하는 마음이 없이 되는 대로 살다가는 누구라도 흙구덩이 속에 숨어 있다가 초라한 모습으로 잡히는 후세인과 같은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철갑상어 전 :다랑어 유 는 迹:자취 적 鵬:붕새 붕 滯:머무를 체 蒿:쑥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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