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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원숭이 이야기

 

올해는 갑신년(甲申年)으로 잔나비해이다. 잔은 잔꾀나 잔재주의 잔과 같은 의미라 한다. 이를 납(원숭이)과 합쳐 만든 단어다. 따라서 그냥 원숭이 띠라고도 불린다. 잔나비는 인간과 함께 영장류에 속한다. 인간과 95% 많으면 98.5%의 유전자가 비슷하고 몸의 형태와 움직임이 인간과 비슷하다. 그래서 원숭이는 인간처럼 민첩하고 꾀가 많고 장난을 잘하는 동물로 간주된다.

 

원래 12간지(十二干支)는 불교에서 온 이야기다. 이 세상의 동서남북을 동물신들이 지켰는데 원숭이는 서남서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각 동물신은 각각 자기가 속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의 운명을 조종하고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원숭이신은 원래 11가지 얼굴을 가진 십일면보살이 수억의 얼굴이 있는 인간세상에 내려가 그 얼굴을 파악하고 평정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상에 내려와 원숭이신이 되었다고 한다.

 

원숭이신은 12 지신상(支神像)의 하나로 통일신라시대부터 등장한다. 무덤을 지키는 호석(護石)이나 탑상(塔像) 등에서 머리는 원숭이, 몸체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무기를 손에 들고 지키는 형상이다. 또한 원숭이상은 궁궐 등의 추녀마루에 악귀를 제압하는 동물상의 하나로 올려져 있다. 백제의 금동대향로에도 원숭이상이 조각되어 있다. 청자(靑磁)와 백자(白磁)에도 원숭이가 여러 가지로 장식되어 있다. 봉산탈춤에서는 원숭이탈이 나온다.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질 날이 있다' 등과 같은 속담이나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갖가지 만능의 재주꾼으로 묘사되고 있다.

 

상신일(上申日)은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원숭이날이다.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일어나서 문밖에 나가고, 비를 들고 부엌의 네 귀를 쓴 후 다시 마당의 네 귀를 쓴다. 이렇게 남자가 먼저 부엌에 들어가 청소하면 부엌 귀신을 쫓아내 가족이 무병하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에서는 납날이라고도 하며, 특히 이 날은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이 날에 나무를 자르면 손을 베거나 다치고 그 재목에 좀이 많이 든다고 한다. 원숭이가 사는 나무를 잘라 재수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잔나비띠에게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의 삼재(三災)가 드는 해가 인묘진(寅卯辰)의 해이다. 이때는 세 마리의 매를 그려 문설주에 붙여 액을 방지한다고 한다. 과거에 이렇게 믿다보니 원숭이띠는 말썽도 많고 장난도 많고 재주도 많고 재치도 많다고 믿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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