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맛과 멋 그리고 소리를 대표하는 한국의 전통미와 전통문화를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이제 여기에 한지를 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지는 현재 지공예나 서예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 응용 부분을 넓히고자 하는 노력이 생겨나고 있다. 순수예술이나 조형예술 그리고 일상적인 생활용품에서도 응용의 폭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몇 해 전부터 전주패션협회에서는 한지패션대전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그 역할의 대단함을 감출 수가 없다. 한지패션대전은 한지만을 소재로 의상을 제작하여 패션쇼를 만들어 내는데 한지의 염색성과 조형성이 뛰어나 시각적으로 많은 아름다움을 자아낼 뿐 아니라 실용적인 가능성을 인정 받고 있어 한지의 미래지향적인 발전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전주의 지역문화의 특성과도 잘 들어맞아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상징적인 건물인 경기전에서 한지의 아름다운 선과 색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그 감동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것이다. 일부 타 지역이나 단체에서 한지패션쇼를 개최하기는 하지만 우리 전주에서 만큼 탄탄하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전주만큼 산,학,관이 동시에 마음을 합쳐서 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이 경기전은 한옥마을과 가까이 있어 문화적인 인프라가 잘 갖추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전주의 한지패션쇼는 소프트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완벽한 작품이기에 문화상품으로써의 가치가 뛰어난 것이다.
지난해 한지패션쇼에 참가했던 한 외국인은 전주비빔밥을 먹고 한지패션쇼를 보고 전통한옥마을을 체험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문화의 진수를 다 맛보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정말 그 이야기가 옳은 이야기다. 규격화된 민속촌을 구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한국의 전통을 실제적으로 체험 했다는 소리다. 전주의 실상이 살아 있는 우리의 문화를 잘 살리고 있고 체험하는 장을 보여줬던 것이다.
우리가 외국여행에서 느낀 큰 감동은 박물관이나 박제된 형식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살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얻게 되는 것이 많다. 파리나 베니스 그리고 뉴욕의 감동은 지금의 현실, 살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베니스의 가면축제 별다른 조직이나 행정적인 지원도 없다.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축제의 가치만 남아 있을 뿐이고 누구나 제약 없이 가면과 의상만 차리고 '산 마르코'광장에 나와서 포즈를 취해 행사 주체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한지패션쇼가 수백년 동안 내려온 베니스의 가면 축제만은 못할지 모르나 언젠가 전주시민이 우리의 축제로 생각해 한지의상을 차려 입고 거리로 나선다면 세계의 한지의상축제가 될 것이다. 900여 채 한옥이 밀집해 있는 한옥마을이 한지의상으로 차려 입은 축제 참가자로 꼭 들여 매울 미래의 어느날을 생각해 본다.
/유춘순(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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