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막바지인 3월2일 여성관련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여성관련정책들이 이제야 제자리를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특히 2001년 11월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의해 입법 청원이 되었던 성매매관련법은 2002년 조배숙의원 외 86명의 의원이 발의하였고,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결국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과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로 각각 제정되었다. 2000년 군산대명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 이후 성매매 문제를 공식제기한 지 4년만이며, 34년만에 윤락행위등방지법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이 제정되게 된 것이다. 이 법은 6개월후인 9월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군산 화재 참사때부터 법 제정 과정에 참여해오면서 처음에는 너무도 어려울 것 같아 보였던 새로운 법 제정이 이렇게나마 제정될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 보람이 있다.
그러나 여성관련 법은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심지어 법 자체도 여성들이 만들어야 하는데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제정되는 과정까지 여성의원 몇명 이외에는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현실정치의 한계를 다른 한편 절감하기도 하였다. 또한 꼭 큰 사건이 발생해서 희생자가 나와야만 관심을 가지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예방활동을 방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민주적이고 인권이 보장되는 좋은 법안마련을 위해서도 여성들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작은 바람이다.
성매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국가형벌권이 발동하도록 하는 처벌법의 주요내용은 성매매 알선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실형선고를 감수하도록 하였고, 불법 수익에 대해서는 몰수 추징하도록 하고 있으며, 내부고발이나 자수자는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 강요를 당한 여성들은 '피해자'로 규정하여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고 있다. 여성들을 옭아매고 있던 선불금은 형식과 면목에 관계없이 모두 무효가 되도록 하였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성매매를 방지할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호법은 성매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상담, 구조, 지원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국가가 성매매 예방과 방지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법제정은 이제 출발에 불과하다. 법이 사문화되지 않고 집행력을 담보하여 자리를 잡아나가기 위해서는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공무원과 경찰 및 관계기관의 의식 전환과 부정부패가 사라져야 한다. 뇌물, 유착비리로는 결코 법집행이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성매매 행위가 사회적 필요악이 아니라 범죄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성매매,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에 나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법 제정과 때를 같이하여 지난 11일 그동안 화재참사 대책위 활동을 앞장서서 해왔던 군산대책위를 발전적으로 해소하고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모임〉으로 새로 발족하였다. 법이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 전환과 더불어 감시활동 및 종합지원 활동 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인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 발족한 시민모임이 이런 활동을 전개해 나가면서 우리사회 성매매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해 나갔으면 한다.
/정미례(전북성매매여성 인권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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