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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무대 아래]폐막 하루 앞둔 전주시민영화제 전사들

 

“폐막이라니요, 오늘부터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전주·전북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상영되는 ‘온고을 섹션’이 시작되잖아요. 남은 이틀동안 지금까지의 관객보다 더 많은 분들이 오실 것 같은데요.”

 

폐막을 하루 앞둔 제4회 전주시민영화제(위원장 조시돈). 지난 23일 역대 가장 많은 관객이 참여했던 개막식을 경험한 이들은 아직까지 그 날 북적거리던 관객들이 안긴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짧지 않은 영화제 4년의 역사. ‘월급 받고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던 2004년의 꿈은 애초에 접어야 했지만, “다음 영화제 개막식은 소리전당 모악당에서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스태프들의 표정은 즐겁다. 올해 평균관객은 70명선. 영화제 기간을 5일로 늘렸지만, 예년보다 꽤 늘었다. 올해 처음 시도한 심야상영도 40여쌍의 부부가 찾았다. ‘영화의 거리’ 한복판으로 상영관을 옮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네 번째 영화제의 주역들은 대부분 낯익은 얼굴들이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징허게’ 떨어지지 않는, 떨어질 수 없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시민영화제의 성과는 해마다 안정되고 체계화된 인력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조시돈 조직위원장(45·전주효문여중 교사)도 “탄탄하고 유기적인 조직력이 올해 영화제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 위원장과 김정석 프로그래머(33), 이미경 사무국장(31), 유영수 기술팀장(34)은 4년 내내 영화제를 끌어온 수레바퀴. 조 위원장은 “더 나은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해마다 마음먹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서운한 것들이 남게 마련”이라며 “참여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타지역 독립영화협회 관계자들 접대에 바쁜 정석씨는 “이제부터 남겨진 과제를 찾겠다. 16㎜ 영화를 직접 상영하는 방법이나, 영상 인프라 확장에 신경을 쓰겠다던 처음의 마음을 되새기겠다”며 내년 영화제를 기약했다. “아직까지 전주시민영화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반성했다”는 미경씨는 “올해 시민영화제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는 것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영수씨는 “폐막작품 상영까지는 끝나야 마음이 놓이겠다”며 좀처럼 영사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결합, 기획부터 포스터 붙이기까지 모든 일처리를 도맡는 ‘멀티플레이어’ 윤강로 진행팀장(29)과 지난해 자봉에서 올해 스태프로 변신한 양세정(22·프로그램팀), 이현희(24·사무국) 문성길씨(25·기술팀)의 분주함도 남들 못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영화제가 끝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가장 알맞은 표현”이라고 말한다. 3년차인 김진희 프로그램팀장(25)은 프로그램 준비를 마치고 중국 유학길에 올랐고, 서울에서 사는 장성연 프로그래머(34·서울영상위원회 홍보팀장)는 이번 주말에 영화제와 결합한다.

 

손이 부족한 이들에게 든든한 원군들도 속속 가세했다. 조범관(21) 최미경(21) 최지희(23) 고봉곤(23) 정은영(23) 이장원(25) 남보영(25) 최은실(25) 성기찬(26) 양해엽씨(26). 영화제에 신선한 에너지를 충전시킨 ‘활력쟁이 자원활동가’들이다. 또 사진작가 류윤식씨(42)는 사진으로, 단편영화감독인 노윤씨(30)와 서정훈씨(32)는 카메라로 영화제의 진행을 기록하고, 이선화씨(33·정읍 학산여고 교사)는 웹사이트 운영을 돕는다. 유재국씨(28·조은미디어 근무)도 자신의 직업을 살려 프로젝터 설치 등을 매년 돕고 있다.

 

영화제는 27일 오후 7시 폐막식과 폐막작품을 상영하며 끝나지만, 이들은 영화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장수·순창·정읍 등을 돌며 ‘송환’이나 이 지역 독립영화들을 상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빠르게 열매를 맺지만 오래갈 수 없고,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과정은 아름다운 길은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길을 만들지 못한다. 소수 영화매니아만의 작은 잔치가 아닌 진정한 시민들의 영화제로 자리잡겠다는 이들의 의욕은 언제나 전주의 영화판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활력자봉 은실씨의 말처럼 “영화제가 끝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지치지만, 기쁨은 한보따리”. 다섯 번째 항해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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