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꽂이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리는 4월의 첫날 우리 나라에는 고속철도 개통과 EBS 인터넷 수능방송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인 사건이 총선의 열기 속에서도 국민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전국을 한나절 생활권으로 바꾸어 놓은 시속 300㎞의 초고속열차가 달리게 된 핵심기술은 기존의 두 바퀴로 철로 위를 달리던 열차를 자석의 힘을 이용, 레일 위에 떠서 달리도록 하여 마찰력을 줄이는 자기부상력이라는 신 과학기술이다.
사교육비가 공교육비를 능가하며 국가를 과외천국으로 만든 대입수능시험을 대비하여 명강사의 학원 수강을 위하여 밤을 새워가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일거에 해소한 EBS교육방송이 인터넷으로 전국에 제공되어 70만 수험생에게 갈채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한 사람의 명강의를 10만이나 20만 명이 동시에 접할 수 있게된 이면에는 인터넷이라는 정보통신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한지 수년이 되지 않아 이제는 마이크로에서 나노로, 염색체는 DNA로, 과학기술은 가히 혁명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관심은 총선 정국에만 쏠려 4월은 과학의 달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
나라를 이끌어 가야할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하는 일은 당연히 중차대한 일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자손만대를 이어갈 이 나라 국민을 먹여 살릴 과학기술 개발에 밑거름이 되는 전국민의 과학적 마인드 형성을 위한 과학의 달을 무심하게 보냄은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13억 중국이 밀려오는 과학기술전쟁의 시대에 우리 나라의 과학발전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먼저 해결되어야할 과제는 국민의 과학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10년후 연간 매출 10억달러를 예견하는 일본전자업계에서 로봇분야 전문가의 연봉은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도 넘쳐나는 의약업계 종사자들이 10년후에는 첨단산업 전문가보다 고액의 연봉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인재 한 명이 백만 명을 먹여 살리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한 건의 과학기술이 세계 최고의 갑부를 만든다는 사실은 컴퓨터의 황제 빌게이츠가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이공계대학 기피현상이 심각했던 독일이 기술강국으로 살아남은 것은 유치원시절부터 부모와 함께 장난감자동차를 만들어 경주하는 지역과학축제를 비롯한 선상 과학체험인 크루즈 과학여행 등으로 국민이 과학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과학풍토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생명을 복제하며 불로장생의 꿈을 실현하고자하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잠시의 선거열풍보다 국가의 백년을 기약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전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총선에 출마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정책에도 과학진흥에 관한 획기적인 공약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과학의 달에 치러지는 총선이므로 진부한 말꼬리 잡기식의 논쟁보다 과학에 관한 참신한 정책을 제시하며, 유치원 어린이부터 팔십의 노인까지 즐겨 참여하는 신명나는 과학행사를 정당마다 개최한다면 관심 있는 선거, 재미나는 선거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봄 꽃놀이로 100만 인파가 고속도로를 마비시키는 국민적 열정을 과학에 접목시켜 지역축제마당마다 과학체험의 장을 열고 로봇과 함께 아장아장 걷는 우리 아가의 걸음마에 함박웃음을 보내며 사월을 보내자.
/임길영(이리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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