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0월, 열한살 꼬마는 제5회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과 현대음악상을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한다. 로스트로포비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며 꼬마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훌쩍 자란 꼬마는 진정한 연주자로서 당당하게 성장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며 전국 순회 독주회를 열고있는 첼리스트 장한나씨(22)가 전주를 찾는다. 28일 저녁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리는 ‘첼리스트 장한나 독주회’. 가을의 길목에서 만난 젊은 음악가는 나즈막한 첼로 선율 안에서 강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자신만의 음악 철학을 연주한다.
긴 손가락을 가져 어릴때부터 화려한 테크닉을 구사해 온 장씨는 이번 연주회에서 리게티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바하의 ‘첼로 무반주곡 5번’, 브리튼의 ‘첼로 무반주곡 1번’ 등 솔로곡으로 첼로만의 깊은 소리를 전한다. 특히 브리튼은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현대음악상을 받았던 곡. 장씨는 '이번 공연에서 위대한 작곡가들이 과연 첼로를 어떤 목소리로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어 무반주곡으로만 골랐다’고 소개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아있다는 첼로를 그 역시 ‘친밀한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신의 목소리’라고 말한다. 첼로의 역량과 본질을 재발견하는 이번 무대는 곧 장씨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다.
세 살때 피아노를 통해 처음 음악을 접하게 된 장씨가 첼로를 시작하게 된 것은 여섯살 무렵. 불치병에 걸려 연주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엘가 협주곡’을 듣고나서 부터다.
연주자는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 평생을 걸쳐 발전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장씨는 자신의 내면을 채우기 위해 하버드대 인문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철학은 음악가로서 가지고 있는 본능을 풍요롭게 가꾸기 위한 과정이다.
‘천재소녀’에서 ‘진정한 연주자’로 성장한 장한나. 깊어진 내면의 성장만큼 그의 음악도 저절로 성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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