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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미술관 개관전 준비하는 신시도 초등생

10월 중순 개관을 앞두고 전북도립미술관의 카페테리아를 꾸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시도 아이들. ([email protected])

 

멸치를 말리는 동네는 오랜만에 분주했다.

 

유난히 씩씩해진 아이들의 웃음소리따라 회색빛이었던 섬도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학교 뒷담까지 바닷물이 차오르는 신시도초등학교. 바다처럼 짙푸른 아이들의 눈망울이 호기심으로 일렁였다. 바다 끝, 이 섬 밖으로, 세상을 찾아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꿈이 거기 있었다.

 

21일, 전날 쏟아진 비로 공사 중인 새만금 방조제 연결 도로는 진흙탕이다. 아직은 신시도 주민들만 다닐 수 있는 길을 타고 신시도에 닿았다. 이곳은 이제 곧 배가 있었던 흔적만으로 섬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중 나온 낚시어선 ‘쌕쌕이’를 타고 마을을 가로막고 있는 산을 빙 둘러 신시도초등학교에 도착했다.

 

그림 재료들을 실러 리어커를 끌고나온 선생님, 담장 너머로 빼꼼히 쳐다보는 아이들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신시도초등학교는 유치원생까지 합해야 전교생 33명, 교직원 8명인 작은 학교다.

 

조각가 강용면씨와 미디어아트작가 고보연씨는 10월 중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카페테리아를 이곳 신시도 아이들과 함께 꾸미기로 했다. 모악산과 신시도의 풍경을 담아 카페테리아를 ‘모악·신시도·休-산·섬·쉼’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로 한 프로젝트는 작은 섬에서 몰래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작가들을 보자 조개 껍질에 색칠하고 있던 아이들 틈에서 작은 소동이 인다. 이제 세번째 만남인데, 아이들은 작가들의 팔다리를 잡고 늘어진다. 낯설었던 이들에게 마음을 내어준 건 아이들이 먼저였다.

 

이번 시간은 ‘신시도의 갯벌 이야기’다. 지난 주말 내내 작가들이 제자들과 함께 짠 합판 위에 갯벌과 물감, 본드를 섞어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손이 붓이에요. 요렇게∼ 얼굴도 그리고, 눈썹도 그리고. 그렇지. 그리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세요.” “우와∼. 선생님, 그림 잘 그리네요.”‘꽤 이름난’ 작가에게 아이들은 ‘용감하게도’ 그림 잘 그린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 앞에서는 ‘작가 선생님’들의 말투도 부드러워질 수 밖에 없다.

 

나무 조각에 그림을 그리거나 합판 위에 자신의 형상을 본뜨고 채색했던 그동안의 작업보다 아이들은 바닷가에서 진행하는 이날 작업이 더 흥미롭다. 손이 붓이라서 더 재밌단다. “갯벌에 들어가서 하면 더 좋겠다”며 작가들에게 건의도 한다.

 

“새만금 공사는 현재 전북이 안고있는 발전프로젝트지요.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고요. 이러한 미래지향성을 바탕으로 모악산과 새만금을 연결시키고, 인간관계와 예술도 손을 잡는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늘 미술의 대중화를 고민해 왔던 강씨는 이 작업을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고 먼저 다가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은 어차피 막노동”이라며, 고된 과정을 감수해온 강씨에게도 이번 작업의 어려움은 적지 않았다. 섬에 들어오는 하루를 위해 3∼4일을 준비하고 다녀온 후에는 정리작업도 해야하는 것은 물론, 프로젝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줄곧 ‘휴식’을 주제로 작업해 온 고씨는 강씨의 제안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지역작가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말하는 두 작가는 아이들의 작품 분위기를 보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선생님들과 학부형들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 진행될 수 없는 일이예요. 단순하게 수업 몇 시간 더 하는 것 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들에게 더 큰 것을 선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신 것이지요.”

 

다른 곳 같았으면 부모들이 반대했을 프로젝트에 이 곳 학부모들은 배를 내어주고 따뜻한 점심을 차려주며 작가들을 감동시켰다. “이 중에서 화가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넉넉한 웃음을 보이는 정판옥 학교운영위원회장은 “아이들이 성장해서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싶다”고 말했다.

 

“지역의 특수성상 저녁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데, 흥미로운 체험학습이 생긴 것이지요. 미술관 한 번 가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예요.”

 

“그동안 미술교육이 회화 중심으로만 이뤄져 아쉬웠다”는 최용순 교사는 이 프로젝트가 학생들이 새로운 문화에 접근해 나가는 통로가 되길 기대했다.

 

‘손으로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좋다’는 여섯살 지성이와 ‘처음 해 본 것들이 많아 재밌다’는 열세살 신영이. “예술이나 그런 거 한 번 느껴볼려고 했다”고 말해 사람들을 놀래켰던 여덟살 기혁이까지 33명 신시도 아이들은 10월 4일 작품 설치를 위해 전주에 온다. 이제 신시도 아이들의 꿈이 육지까지 연결된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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