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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회 '정으래비' 다음달 2ㆍ3일 소리문화전당

 

조선시대 전라도 전체를 반역향(反逆鄕)으로 낙인 찍히게 했던 정여립 사건. 이를 빌미로 당시 호남의 동인세력이 초토화되고, 이들의 관계 진출은 맥이 끊겼다. 모반의 혐의가 씌워진 이 사건은 오늘에도 지역차별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정여립(1546∼1589)이 실제 모반을 도모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주목되는 것은 동서분당 정국에서 정여립 사건을 계기로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했다는 사실이다.

 

반상의 귀천과 남녀의 차별이 없는 대동계를 조직하고 왕위의 세습을 부인했던 혁명적 사상가인 정여립. '천하는 백성의 것'이라고 주장했던 그의 생애가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전북의 인물열전'으로 연극 무대를 꾸미고 있는 창작극회(대표 홍석찬)가 전주 출생인 '정 으래비(정여립)'를 무대에 내놓는다. 녹두장군 전봉준, 의병장 이석용에 이은 지역인물시리즈 3번째 주인공.

 

10월 2일 오후 7시와 3일 오후 4시,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막이 오른다.

 

정여립 사건은 조선왕조 최대의 미스테리로 꼽힌다. 최기우 원작, 류경호 연출의 이번 무대는 역사의 그늘 속으로 감춰진 그에게서 민중의 가치를 찾아내는 자리.

 

1589년 정여립의 난을 계기로 일어난 기축옥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축옥사는 정여립의 난이 탄로나 그와 친교했던 인사들이 처형당하면서 이를 계기로 전라도 인재의 등용에 제한이 가해졌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번 무대는 당시 억울한 죽음이 남긴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을 작품 정면에 내세운다. 정여립의 삶을 다루지만 중심에는 민중이 서 있다. 민중을 대변하는 걸인들이 주연급으로 나서 당대의 민중적 삶을 조명한다. '왜 정여립에 관한 역사적 사료가 없을까'. 창작극회는 특히 희생과 당쟁으로 얼룩진 정여립 사건을 역사 속으로 묻어야했던 긍금증, 그 진실 찾기에 나선다.

 

정여립에 대한 모든 기록을 불태우며 연극 대미를 장식하는 장면은 조선왕조 가치관과 윤리의식을 전면 부정한 그의 민중적 가치를 감춰야했던 역사적 사실을 더욱 부각시킨다.

 

2003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주역들이 뭉친 이번 무대는 홍석찬 대표와 오진욱 무대감독 등 출연진과 스탭 30여명이 호흡을 맞춘다.

 

연출을 맡은 류경호씨는 "문헌 기록이 아닌 당시 정황만으로 모반사건으로 내몰기에는 너무나 큰 희생을 치르는 것 같다"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묻혀진 한 인물을 통해 민중의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안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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