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를 통해 수많은 신인들이 배출되고 인터넷을 통해 유명작가가 되는 시대. 그러나 오랫동안 앓아왔던 신춘문예 열병의 끝. 줄기차게 두드리던 문이 열린 신진 문학인들에게 을유년 닭울음 소리는 더 힘차고 반가웠을 것이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전국의 각 일간지들이 신춘문예 당선자를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응모작품이 크게 늘어난 올해, 전북출신이거나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학지망생들의 진출이 돋보였다. 중앙지를 비롯해 다른 지역 일간지를 통해 등단한 신인들은 5개 부문 6명. 지난해 보다 좋은 성과다.
2003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 장창영씨(38, 전주대 교양학부 객원교수)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장씨는 올해 서울신문 시조 부문에서 ‘동백, 몸이 열릴 때’로 당선됐다.
“찬바람이 불 때마다 몸 안에 갇혀있던 무엇인가가 목청을 돋우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신춘문예에 대한 미련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줄곧 시와 시조, 평론을 함께 공부해 온 그에게 신춘문예는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되고 자극이 되는 하나의 과정인 것이다.
“이번 당선으로 지금까지 글과의 인연을 놓지 않도록 도와준 이들에게 또다시 큰 빚을 지게 됐다”는 그는 문학을 공부 삼는 일에 다시한번 의지를 다졌다.
장수가 고향인 윤석정씨(33)는 경향신문 시 부문에 당선됐다. 당선작은 ‘오페라 미용실’. “재현의 세계와 표현, 언어의 세계가 잘 어울려 아주 맛있게 배합된 시의 맛을 그득하게 한 상(床) 잘 차려 놓았다”평을 받았다.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 현재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에 재학중인 그에게 대학시절 부터 활동해 온 ‘원광문학회’는 생각만으로도 치열해지는 곳.
“고교시절 유일한 친구가 시였다”는 윤씨는 시는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전했다. “시가 내 곁에 그냥 있는 게 아니란 것을 알았을 때부터 절망을 알게 됐다”는 그에게 당선소식은 ‘청천벽력’과 같은 것. 그만큼 간절히 기다렸던 신춘문예의 꿈을 올해 이루었다.
전주 출신 조강석씨(36)는 동아일보 문학평론 부문에서 ‘생의 저인망식 구인-이성복의 ‘아, 입이 없는 것들’’로 당선됐다.
이성복 시인의 최근 시집을 다룬 조씨는 기성 평단의 논의와 맞서고자 하는 패기로 주목받았다. 시적 모티브에 대한 치밀한 분석력과 변화있는 문장의 신선함,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방법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평.
“나는 문학이 좋아”란 말을 주문처럼 외우고 되풀이하며 마음을 다잡는다는 그는 “좀더 부지런해져야 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연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조씨는 모교에 출강 중이다.
‘멜순’으로 광주일보 시 부문에 당선된 강윤미씨(25)는 글 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여서 수상의 기쁨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은 제주도. 중고등학교 시절 원광대 출신 문인들의 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원광대 문예창작과 입학을 결심했다는 그는 같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오늘도 집어등을 켜고 딸을 응원해 주고 계실 부모님께 기쁨을 줄 수 있어 좋았다”는 그는 “누구나 상상을 통해 편히 쉴 수 있는, 따뜻한 시를 쓰고싶다”고 말했다.
반대로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지만, 익산이 고향인 정찬일씨(41)는 문화일보에 당선됐다. 소통이 불가능한 현대인의 내면을 그린 단편소설 ‘유령’은 오랜 수련 과정이 느껴지는 단단한 문체와 내면의식의 진지한 서술이 돋보였다는 평.
“당선 통보를 받았을 때 소설을 공부하며 쓰던 지난 3년 동안의 시간들이 한순간 단단한 기억으로 뭉쳐지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이미 1998년 현대문학 시 부문에 당선했으며, 2002년 평사리문학대상 소설부문 대상도 수상했다. “어깨 위에 소설이라는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얹혀졌다”는 그는 열심히 좋은 소설 쓰는 것으로 견디어 나갈 작정이라고 했다.
불교신문 동화부문에서 ‘얼굴 지우개’로 당선된 정재식씨(37)는 “당선소식을 듣고 펜 하나 달랑 들고 뛰어들었던 때부터 동화 한 줄 쓰겠다고 낑낑대던 시간들이 모두 찰나의 이미지로 지나갔다”고 말했다.
전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전주대 평생교육원 동화창작반을 수강하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제 3학기 째 수강중인 그에게 신춘문예 당선은 너무 이른 선물. “글쓰기 작업의 처음이자 끝이 되어준 아내가 첫번째 독자이고, 두번째 독자는 여섯살 난 딸”이라고 말하는 그는 “동화작가로 자리잡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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