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책꽂이 한켠을 장식하던 큰 활짝의 알록달록한 문양의 위인전 ‘이순신’. 그가 무게(?)를 잡기 시작했다. 공중파를 탄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그 여파는 출판계에 ‘이순신 신드롬’을 낳았다. 위기마다 부활하는 역사인물. 이순신 부활이 절실한 난세인 탓일까. 4백 여년이 지난 현대는 위기극복과 난관돌파에 탁월한 절세의 명장 이순신을 또다시 주목했다.
브라운관에 옮겨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소설 김훈의 「칼의 노래」와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료와 소설의 허구 사이에 재창조 작업이 이뤄진 작품들이다. 여기에 비소설작인 김태훈의 「이순신의 두얼굴」이 그 대열에 가세했다. 이순신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들이 흥미롭다.
△칼의 노래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한 국가의 운명을 단신의 몸으로 보전한 당대의 영웅이자, 정치 모략에 희생되고 장렬히 전사한 명장 ‘이순신’의 생애를 다룬 소설이다. 저자는 당대의 사건들 속에 이순신이라는 개인을 다루며 이순신을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한다. 그리고 빼어난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공동체와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선 자들이 지녀야 할 윤리,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 문(文)의 복잡함에 대별되는 무(武)의 단순미, 4백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도 달라진 바 없는 한국 문화의 혼미한 정체성 등을 그려내고 있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불멸의 이순신(김탁환 지음/황금가지)
당대 동아시아 최대의 사건이었던 7년 전쟁 임진왜란과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명장 이순신을 새로운 시각과 함께 입체적으로 그려 낸 장편 역사 소설. 임진왜란과 민족의 위인 이순신을 총체적으로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조선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입장을 비춰 보이고, 국왕과 조정에서 부터 승려나 장사꾼까지 각계 각층의 인물들을 얽으며 긴박한 사건들을 이어 나간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 기필코 승리를 쟁취하려 고심하는 이순신의 모습은 독자의 감정 이입을 극대화한다. 초반 이순신의 어린 시절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중반에 이르러 본격적인 전쟁의 면면을 펼쳐보인다. 읽을수록 맛이 나는 진진한 우리말 표현과 수려한 필치가 재미를 더해준다.
△이순신의 두얼굴(김태훈 지음/창해)
난중일기를 비롯한 고서들을 인용해 이제까지 성웅이라는 베일에 감춰져 있었던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핀 책. 평범했던 인간 이순신이 영웅 이순신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을 방대한 분량의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사실적으로 파헤친다.
전문 역사학자가 아닌 저자는 아마추어로서의 열정을 발휘, 그동안 정설로 통하던 사실까지 다각도에서 분석했다. 이순신과 임진·정유재란의 7년 전쟁에 관련한 폭넓은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의 제도, 문화, 기구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스페인의 무적함대, 살라미스 해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트라팔가해전 등 이순신의 해전을 다른 나라 전투와 비교하는 흥미로운 내용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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