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와 관계하거나 기생집에 다니는 것을 주위 사람들이 누구는 “겨자김치 먹으러 다닌다” 고 한다.
<근원설화>근원설화>
한 젊은이가 자기 아내가 있는데도 자기 집 젊은 계집종과 상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도 부부간에 같이 자다가 아내가 잠들자 남편이 슬그머니 빠져 나갔다.
아내가 깨어보니 남편이 없는지라 또 종의 방에 갔으리라 짐작하고 나가서 종의 방문 옆에서 엿들으니 종이 “서방님은 찰떡같은 새아씨를 두고 어찌 나를 찾아오시오” 하니 남편이 “새아씨가 찰떡같다면 너는 겨자김치 같은 별미지” 하더란다.
본시 찰떡을 먹을 때는 겨자김치가 제격이라는 말이 있어 한 말이었다.
아내는 속이 상했지만 유교 사회에서는 아내가 남편의 다른 여자관계를 탓하면 투기한다 하여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인지라 분을 참고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 날 아침에 남편과 시아버지가 겸상하여 아침식사를 할 때 남편이 쿨룩쿨룩 기침을 하니 시아버지가 “너 감기 들린 모양이구나” 했다.
며느리가 그러잖아도 속이 상하던 차에 그 말을 듣고 “저녁에 찬바람을 쐬며 겨자김치 먹으러 다니니 감기인들 안들리겠어요” 했다. 겨자김치라는 말은 어제 저녁에 남편이 종에게 한 말이다. 시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겨자김치 같은 별미가 있으면 나도 좀 갖다 주지 너 혼자만 먹어” 하더란다.
이 이야기는 장한종(張漢宗)이 쓴 어수신화(禦睡新話)중 ‘백병침채(白餠?菜)’조에 나온다. 그러나 그에 앞서 이육(李陸)이 쓴 청파극담(靑坡劇談)에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의 진정한 '고사성어' 만나기
오늘부터 연재하는 ‘김준영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은 김교수의 지난 30여년동안 수집하고 정리한 연구의 결실이다. ‘익은말’은 곧 선조들의 살아 있는 문화사다.
‘익은말’은 속담과 달리 간접적인 비유에, 그 말이 이루어진 설화나 역사적 사건이 반드시 따르는 말이다. 일상속에서 주고 받는 익은말은 지혜롭게 삶의 방법을 터득해온 선인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김교수는 ‘익은말’은 곧 ‘고사성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사성어의 대부분은 중국의 역사상 사건, 또는 기록된 설화에서 이루어진 것들일 뿐 우리 선인의 말이나 사건, 또는 입으로 전하는 설화로부터 이루어진 익은말은 고사성어로 정착되지 못했다.
김교수는 우리 고사성어가 전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 한문학자들의 인식이 똑같은 뜻의 말이라 할지라도 우리말로 표현하면 사상성이 없는 하찮은 말로 여기고, 한문으로 표현하면 뜻이 깊은 말로 여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방식에서 고사성어가 될 우리의 익은말이 거의 문헌에 전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오늘부터 연재하는 ‘재미있는 익은말’은 우리 것에 대한 무관심으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사이에 소멸되어가는 우리말의 새로운 발견이다.
우리 삶의 지혜가 담긴 ‘익은말’ 연재는 지금까지 어느 형식으로도 시도되지 않았다. 김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은 우리 일상에 웃음과 새로운 깨달음을 전하는 계기다.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즐거움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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