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하면 생각나는 게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지역이미지는 사람마다, 또는 사는 곳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개 인심이 좋고 문화적 소질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연상한다거나 멋과 맛, 소리의 본향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워 자긍심을 갖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반면 낙후되고 소극적이며 잘되는 사람 끌어내리기 좋아하는 지역으로 폄하하는 자기부정적 시각도 있을 수 있겠다. 새만금 밖에 생각 나지 않는 곳이라거나 인프라가 취약해 기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단정해 버릴 수도 있다.
지난 2002년 2월 전북일보사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전라북도 정치의식조사(도민 1,540명 대상)는 도민들이 전라북도라는 지역 이미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여론조사였다.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비빔밥’이라는 응답이 28.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쌀’(7.3%), ‘곡창지대/농촌/농사’(5.1%), ‘과일/채소 등의 농산물’(2.6%) 등 농도로서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경우가 15%였다. ‘예술의 도시’11.8%, ‘내장산’5.5%, ‘음식문화’5.0%, ‘새만금사업’4.8%, ‘관광유적지/명승지’ 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3년 전의 시점이긴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건이 크게 변화된 게 없다는 점에서 지금도 이런 결과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조사결과에서는 농업이 주류를 이루던 1960년대의 농도라는 지역 이미지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거꾸로 보면 농업 부문 말고는 내세울만한 게 별로 없다는 얘기도 된다. 산업구조가 다변화되고 소득 창출요인이 엄청나게 변한 지금 ‘농도=전북’틀을 갖고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전북의 지역총생산(GRDP)이 전국의 자치단체중 꼴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든지, 우리나라가 지난 95년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10년째 1만달러에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등은 지역이나 국가가 혁신을 통한 새 성장동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국가의 시대에서 지역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역이 세계 곳곳의 중심단위로 부상하고 있고 혁신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핵심목표가 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지역혁신에 전력을 쏟는 이유는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국가단위보다 지리적 인접성을 갖는 지역수준의 경쟁력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보기 때문이다(‘세계의 지역혁신’2004). 지역혁신의 효시인 미국의 실리콘밸리, 유럽벤처의 요람인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노 폴, 중소기업네트웍의 대표모델인 일본의 오오타구, 지방분권의 결실인 프랑스의 테크노 폴 메츠 2000, 문화산업클러스터 모델인 영국의 쉐필드 등이 혁신을 통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들이다 . 우리나라에선 울산의 자동차,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원주의 의료기기산업, 춘천의 바이오 산업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성공사례들은 지역차원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지역은 물론 국가의 대표적 브랜드로, 지역의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전북 등 각 자치단체는 무얼 성장동력으로 삼아야할지 고민에 푹 빠져야 한다. 그런데 성장동력을 견인할 지역혁신협의회 위원에 지역의 기관장 유지 등이 망라되고, 심지어는 선거때 표가 될만한 사람들을 위원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다. 한심한 노릇이다. 개그맨 안어벙이 말한다. 이게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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