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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전주국제영화제] 성찰의 힘, 묵직한 감동 체험

쟝 뤽 고다르의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1930년에 태어난 고다르는 서른살에 첫 장편 <네 멋대로 해라> 를 시작으로 영화사에 중요한 첫발자국을 남겼고, 최근에 준비하고 있는 98편째 작품에 이르기까지 반평생을 통해서 영화계의 지평을 넓혀왔다. 프랑스의 영화 비평지 <까이에 뒤 시네마> 에서 비평활동을 했던 이력만큼 작가로서 고다르에게 영화는 그의 사유의 공간이며 이론을 실천하는 장이기도 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는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은 고다르가 1997-1998에 완성했던 다큐멘터리 <영화사> 를 재구성한 것이다. 영화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남아있는 전작 <영화사> 는 그 방대한 규모를 증명이라도 하듯 무려 270분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은 원작 <영화사> 를 80분 분량으로 밀도있게 집약시켰지만 내용이 크게 변화하진 않는다. 짧지 않은 런닝타임으로 감히 ‘보기’를 시도해보지 못한 우리에게 고다르가 베풀어주는 배려가 아닌지!

 

작가는 새 버전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에서 빠른 리듬으로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그의 사고 속에서 방황한다. “영화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영화는 무엇을 원하는가? 모든 것을. 영화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언가를”. 그리고 “오직 영화만이 시간을 지켜왔으며, 오직 영화만이 역사에 대해 말했고 오직 영화만이 우리의 삶을 반성케 했다”고 정의한다.

 

고다르는 자신의 많은 영화들 속에서 문학이나 회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특히 <사랑의 찬가> (2001)에서는 그림이 전면적으로 나타난 경우다. 그는 보들레르와 랭보, 블랑쇼 등의 이름을 말하며 육체와 미, 여행-빛, 공간과 같은 예술의 테마와 스타일에 관한 언급도 잊지 않는다. 고다르는 영화에서 문학으로, 그림에서 철학으로, 또한 정치적인 영역들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자신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철학적 담론의 주제들을 제시한다.

 

기존의 것을 회의하며 꿈의 공장이라는 영화를 통해 시간을 정지시키려 했던 이단아 고다르. 작가는 “신이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창조자의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하지만 역사가로서 현재는 “누벨바그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은 서로 중첩되는 이미지와 비장한 작가의 나레이션과 음악이 주는 오디오의 이중주, 여기에 작가의 깊이 있는 성찰이 주는 힘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묵직한 감동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미화(전주시민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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