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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돈 줘도 농사짓는 사람 없다

이광영 전 전북일보 상무

농촌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에도 전문농군을 육성하기위해 각종 지원금이 동원되지만 농산물 수입확대등의 영향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단다. 5백만원을 지원하는 농업인텬쉽제의 경우도 그렇고, 또 1인당 2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까지 융자지원하는 창업농 후계경영인도 신청자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돈을 주면서까지 농사를 지으라해도 희망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것은 한마디로 농업에 희망이 없다는것과 다를바 없다.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한창 바빠야할 농촌은 지금 이례적인 쌀값하락으로 시름에 잠겨있다. 오는 9월로 예정된 수입쌀의 시판을 앞두고 쌀값이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연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의 협상과정에서 쌀 개방을 늦추는 대신 과일과 쇠고기등 협상대상국의 요구를 대거 수용한 것으로 밝혀져 농민단체가 쌀협상의 전면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서 파란이 일고 있다. 농민단체는 중국 과수시장의 문을 열어주는등 쌀협상 대상국 5개국과 이면합의한것은 농민 생존권차원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지키기위한 투쟁이라이라며 6월 국회비준을 막기위해 반대시위를 열어가고 있다. 정부의 거짓말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00년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도 2003년부터 수입을 사실상 자유화하기로 한 사실을 숨기다 뒤늦게 들통나는 바람에 1조8천억이라는 마늘산업지원금을 쏟아부어 농민들을 달래야했다. 국민을 설득하기 보다는 속이면서 이면합의까지 해주는 정부의 말을 농민들이 앞으로 얼마나 따라줄것인지도 걱정이다.

 

통계청발표에 따르면 가구당 농가부채는 지난해 2천7백만원에 육박하여 10년만에 3.4배로 급중했다. 반면 농업소득과 농외소득을 포함한 농가소득은 10년새 42.7%늘어나는데 그쳐 우루과이 라운드협정 발효에 따른 시장개방등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있다고 분석했다. 전북은 상대적으로 타도에 비해 농업의 비중이 크다. 전국 평균은 4%에 불과하지만 12%나 차지하고 있다. 농가인구만도 19%인 12만가구로, 전국평균 8%를 앞지르고 있으며,특히 쌀농사 비율은 전국평균 55%에 크게 앞선 70%나 된다. 그만큼 쌀의 개방은 전북농촌의 사활이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들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좌절하는 것은 늘어나는 부채와 실농, 가뭄등 기상재해에다 농촌경시정책까지 겹쳐 극심한 피해의식에 희망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댔던 비교우위론이 우리농촌을 오늘과 같이 황폐화로 치닫게 한 것이다. 비교우위론으로 따지자면 선진 유럽국가들은 진즉 농사를 포기했어야할 것이다.

 

인류는 원래 자연의 일부에서 진화된 존재이기 때문에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자연을 떠나서 생존할수는 없다. 농업은 본질적으로 자연계와 문명계를 잇는 고리이기에 문명시대는 물론 다가올 우주시대에도 그 형태나 기술은 변할지언정 생명산업으로서 중요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농사는 국민에게 식량을, 농민에게는 소득을 창출할뿐 아니라 화폐가치로 헤라리기 어려운 자연환경의 보전 정화라는 초 절대적 가치를 창출하는것이며, 혹시 모를 식량의 무기화, 즉 식량안보차원에서도 보호육성되어야한다. 개방유예기간이었던 지난 10년의 허송세월을 만회하려면,쌀의 의무수입량이 늘어나는 앞으로의 10년이라도 후회없는 정책으로 농촌에 희망을 심어줘야 할 것이다.

 

/이광영(전 전북일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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