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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발밑서 찾아낸 삶의 이치

「목련꽃 브라자」펴낸 복효근 시인

오늘, 내 발 밑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마에 손을 세워 차양을 하고서도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인은 용케 찾아내곤 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더 큰 세상을 품고있는 내 눈 아래, 내 발 밑. 시인은 그 곳에서 삶의 이치를 발견해 내고 있다.

 

복효근 시인(43·남원운봉중 교사)이 새 시집 「목련꽃 브라자」(천년의시작)를 펴냈다.

 

‘목련꽃 목련꽃 / 예쁘단대도 / 시방 /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 목련송이만할까…’ 다섯번째 시집 제목 ‘목련꽃 브라자’는 열여섯 큰 딸 선혜의 이야기다.

 

“아빠가 이 시를 제목으로 하고 싶다고 먼저 물어봤지요. 초경이 시작됐을 때 축하한다고 ‘빤스’랑 ‘브라자’를 선물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아빠와의 공감대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눈길로 끊임없이 세상을 어루만져온 시인은 여전한 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서정성은 마음을 푸근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주제의식이 약해져 순간 흘러가 버릴 위험이 있어요. 내 시는 부드러우면서도 불같은 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라놓은 연어의 살 속에서 나이테를 발견한 시인은 나무처럼 단단한 시절을 떠올린다. 영영 죽어버린 줄 알았던 갓난아이 입술 같은 찻잎이 잘 익은 물 속에서 제가 마신 회문산의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풀어놓는 것을 보며, 시인은 한층 깊어진 서정성으로 보다 더 근원적인 삶의 방식을 묻는다.

 

“내 시는 평범한 소재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일상적인 것에서 감동을 찾기란 쉽지 않아서 내 생활을 깊이 관찰하고 나를 객관화 시키려고 노력하지요.”

 

‘이 외길에서는 / 무엇보다 해찰이 가장 무서워서 / 나는 나의 객관 혹은 관객이어야 한다’ (‘외줄 위에서’ 中)

 

줄을 타는 광대의 절박함은 시를 써야하는 시인의 마음이기도 하다. 시 한 줄 때문에 자신을 옭아매지는 않지만 그는 자신을 타자화시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두세편 정도 오래된 시들이 넣었는데, 사람들은 쉽게 잡아내더군요. 집사람도 이전 시에 비하면 편해졌다고 하는데, 그것이 최대의 찬사가 아닌가 싶어요. 억지로 끼워맞춘 조합이 아니라 꿰맨 자리 없이 자연스럽다는 말이죠.”

 

18일 그의 새 시집을 축하하는 전북작가회의 월례문학토론회가 남원에서 열렸다. 동료 문인들은 ‘자연스러워 졌다’고 입을 모았고, 시인은 “즐겁게 놀았다”는 말로 시 쓰는 행복을 대신했다.

 

“맨 처음 시인으로 출발할 때는 이름도 좀 알려야겠다는 속된 생각도 했었지만, 지금은 이름을 알리는 일은 스스로 포기가 됐어요. 좋은 시 한 편 써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문단에 나온지 15년. 그는 “지금 시를 쓴다는 것은 세속적인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며 “시는 스스로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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