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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첩년 죽은 듯하다 / 뼈 빠지게 일했자 남은 것은 첩 뿐

첩년 죽은 듯하다 / 뼈 빠지게 일했자 남은 것은 첩 뿐이다

 

 

골칫거리로 여기던 사람이 죽거나 떠났을 때, 또 어떤 귀찮은 일이 해소되었을 때 인용되는 말이다.

 

<근원민요>

 

유교의 지극한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에서 남편이 첩을 몇씩 거느려도 본부인이 그에 불평을 하면 질투한다 하여 아내를 쫓아낼 수 있는 구실로(七去之惡)삼았던 시대에 있어 여자는 첩을 얻어 들이는 남편에게 감히 불평도 못했으나 첩을 죽이고 싶도록 미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첩년 죽은 듯하다’는 말이 생겼다고도 하겠으나 일면 우리 민요 중에 첩에 대한 미움을 읊은 것이 많으니 그러한 여러 민요의 영향에서도 그런 익은말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그 한 예로

 

「하늘에다 베틀놓고 구름에다 잉아걸어

 

잘각잘각 짜노라니 등너머서 편지왔네

 

한손으로 받아들고 두손으로 펼쳐보니

 

시앗(첩)죽은 편지러라 에라그년 잘죽었다.

 

인두불로 지질년 담뱃불로 지질년

 

고초물로 낯씻길년 밤송이로 등긁을년

 

송곳으로 밑받칠년 바늘방석 궁글릴년

 

고기반찬 갖춘밥도 맛이없어 못먹더니

 

소금에 밥도 달도 달다.」

 

「이년아 저년아 뒷마을 첩년아

 

인두불로 지질년아 똥독에 빠질년아

 

정월에 정치고 이월에 이앓고

 

삼월에 삼서고 사월에 삭신앓고

 

오월에 옷오르고 유월에 육시하고

 

칠월에 치질나고 팔월에 팔앓고

 

구월에 귀앓고 시월에 십앓고

 

동짓달에 동토나서 섣달에 썩죽어라」

 

이런 노래는 첩에 대한 미움과 저주지만 또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갖은 죽을 고생을 다하며 살아오다가 살림 형편이 좀 넉넉해지자 남편이 첩을 얻는 원통함을 한탄한 노래도 있다.

 

「………

 

우거지국 보리죽에 주린배를 속여놓고

 

낮엘랑은 달뜨드록 밭을 매고 논을 매고

 

저녁에는 날새도록 명주무명 베를짜고

 

………… 한푼두푼 모아내어

 

앞들에다 논을사고 뒷들에다 밭을사고

 

담집헐고 와가짓고 울을 뜯고 담을치고

 

이제부터 우리양주 호강하고 살쟀더니

 

이게무슨 벼락인가 젊은첩년 데려왔네

 

애고답답 내일이야 이래살아 무엇하리

 

명지전대 목을매서 자는듯이 죽고지나」

 

이 밖에도 남편이 쳐녀에게 첩장가를 가는데 대한 미움에서 “첫날밤에 부부가 이불속에 들면 숨이나 딸깡 넘어가라”는 저주의 말이 나오는 노래 등 첩에 대한 노래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니 그런 노래에서 ‘첩년 죽은 듯이 시원하다’는 말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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