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아가씨’는 예쁘지만, ‘꽃집 아가씨’의 손은 예쁘지 않다. 하루 종일 손에 물 마를 새 없이 꽃을 다듬고 포장하다 보면, 정작 자신의 손은 예쁘게 꾸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7756 장미꽃화원’의 이은희 원장(35). 그는 “꽃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나면 나를 가꿀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도 꽃집을 생각해 왔다는 그는 5년 전 전주시 금암동에 작은 화원을 열었다. 혼자서 꾸려가던 작은 꽃 살림은 이제 길 건너편으로 확장이전하고 직원도 4명이나 둘 정도로 커졌다.
“과거에는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화원이라고 했는데, 요즘에는 화원도 많이 대형화되고 전문화됐어요. 꾸준히 상품을 개발하고 흐름을 뒤쫓으려는 전문적 마인드가 부족하면 다른 화원과 차별화될 수 없어요.”
“꽃을 다루는 일은 손재주 보다 노력인 것 같다”는 그는 화원을 운영하면서도 기전여대 플라워아트과를 졸업하고 서울 플로리스트 스터디 그룹에서 활동하는 등 꽃의 유행을 쫓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분향 영정 제단도 이씨가 직접 꾸밀 수 있었다. 포장을 심플하게 하는 대신, 꽃을 푸짐하게 묶어내는 것도 그의 고집이다.
“화원을 운영하면서 지리적으로 전북대와 전북대학병원의 덕을 많이 본다고 생각했어요. 화원을 차별화시키기 위해서는 봉사도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꽃은 단순히 선물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전북대학병원 입원환자들을 위해 1주일에 1번씩 장미 300송이를 포장해 선물한다. 벌써 2년째. 병원에는 소독약 냄새 대신 꽃향기가 머물게 됐다.
“손님들과 짧은 시간 만나지만, 꽃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아요. 프로포즈를 위해 장미 100송이를 사갔던 손님이 결혼에 골인하지 못했다며 다른 여자를 위해 또 꽃을 사러 오셨어요. 마음이 아파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 드렸죠.”
“손님이 좋아하는 스타일과 꽃의 용도, 꽃을 받게될 대상 등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꽃의 디자인을 결정한다”는 그는 “늘 꽃을 사가던 손님에게서 시집을 선물받거나 무명의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며 웃었다.
“남편에게서 꽃을 선물받게 되면 차라리 돈을 달라고 말하는 여자들도 있지만, 속으로는 다들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여자라면 꽃 받을 준비가 돼있거든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매일 꽃을 만지는 그가 가장 부러운 것은 꽃 선물. 곁에 머물고 있는 은은한 꽃향기에 마음을 달랠 수 밖에 없다.
“바쁜 현대인들이 자연을 찾아 멀리 떠날 여유가 없잖아요. 꽃으로 만드는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에 관심이 많아요.”
웰빙 시대, 그는 현대인들의 건조한 생활이 자연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린인테리어’를 주목하고 있다. 베란다나 테라스, 옥상정원 등이 부담스럽다면, 투명한 유리컵에 줄기가 꺾인 꽃을 꽂아놓거나 이 빠진 그릇에 꽃잎을 띄우는 것도 공간 연출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가 좋아하는 꽃은 보라색 과꽃이다. 홀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른 꽃을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플로리스트 역시 꽃을 돋보이게 하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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