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있다. 재질이 없는 석두(石頭)라 할지라도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에 시달리는 동안 눈치, 코치, 귀치가 극도로 발달해 한 인생을 주름잡아 접고 들어가는 지혜가 생긴다는 말이다.
이러한 지혜가 이른바 동양철학에서 이르는 문혜(聞慧), 사혜(思慧), 수혜(修慧)의 삼혜(三慧)중 문혜에 해당한다. 들은 풍월의 지혜 말이다.
그러면 사혜는 뭔가. 사혜란 머리를 곰곰 짜고 비틀어 짜고 하여 후벼내는 지혜다. 이 사혜로 진입하는 어귀인 초기 단계에서 많은 두뇌들이 일가견(一家見)을 얻는다. 그 나름대로 한 가닥의 신념과 학설이 생긴다는 말이다.
다음은 수혜. 사혜의 험난한 우여곡절을 거쳐 그 사혜의 해답을 베껴 든 채 실천에 나선 단계, 즉 지(知)와 족(足)의 일치 단계다. 이것이 최고의 지혜다. 그런데,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단계가 사혜에의 진입 단계인 것이 이 단계에서 범인(凡人)은 자칫 오만해지고 설익은 일가견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속된 말로 헤까닥 돌아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가견의 정체는 무엇인가.
전에는 우리말 사전에도 없었던 것이 최근에야 올려진 이 말의 풀이를 보면 ‘자기대로의 독특한 견해나 학설’이라고 했다.
“그가 피력한 일가견이 그럴 듯 하지?”
“그 방면에 제법 일가견을 갖춘 사람인 것 같아. 그럴 듯 하잖아.”이렇게 쓰이는 이 말은 ‘잇까겐’이라는 일본어다. 따라서 새 의자에 앉은 높은 양반들의 프로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도 일가견을 갖췄다.’는 그 일가견은 아마도 ‘어느 한 방면, 어떤 문제에 대해 갖춘 일정한 체계의 전문적 지식’이라는 뜻으로 쓴게 아닐까 싶은데, 그렇다면 이 말은 잘못 쓴 것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