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로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빗나갔다. 주말이면 교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져 ‘서점은 아사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베스트셀러 조차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점가는 “서갑숙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 같은 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서정가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책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끝없는 추락. 2003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서점가는 대형서점과 동네서점,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 할인매장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미 시장 포화상태에 이른 전주 서점가도 마찬가지다.
△ 시장의 변화
서점의 대형화와 체인점화는 몇 년 전 부터 주요 흐름이다. 100평 이상의 중대형 서점 경우 2000년대 들어 체인점화가 본격화됐다.
홍지서림은 경원동 본점 이외에도 2001년 아중점을 처음으로, 효자점, 서신점 등의 분점을 잇따라 열었다. 민중서관과 웅진서적 역시 지난해 아중리에 분점을 냈다. 분점을 통한 매출에 대한 기대 보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서점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다.
홍지서림 양계영 전무는 “분점은 손님들 곁으로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의지를 담고있다”며 “하루 세 번 본점과 분점을 오가며 체인망을 구축해 결국 매장이 넓어진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서점과 온라인 서점 속에서 동네서점의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대부분 학교 앞에 자리잡고 있는 동네서점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학습지나 참고서 판매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EBS 위성방송 교육실시에 따른 방송교재 판매의 영향으로 참고서 판매율이 줄어들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 중고도서 빛 볼 수 있을까
책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다 보니 중고도서 할인매장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전집류로 판매되는 어린이 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러한 할인매장들은 판매 뿐만 아니라 각 가정을 방문해 중고도서를 매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다. 어린이 도서 중에서도 단행본을 주로 판매하는 서점들은 시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어린이 도서 손님들이 분산되는 것은 사실이다.
10개가 넘던 동문거리 헌책방들도 겨우 5∼6개 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로 헌책방은 침체기다. 교과서가 매출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헌책방 특성상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 거대 자본의 지역 침투와 도서정가제법
까르푸 경우 당초 입주하기로 했던 300평 규모의 서점이 ‘답이 없는 비즈니스’라는 결론으로 입주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장 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외부의 거대 자본들이 결국 전북 지역까지 진출할 것은 자명하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 경우 주부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서점을 아예 없앨 순 없다. 현재 이마트도 스테디셀러나 어린이 아동도서 중심으로 소규모 서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후동 해금장사거리 건설이 확정된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에도 20평 규모의 서점이 들어올 전망이다.
대형 유통업체 이외에도 거대 자본을 피할 수는 없다. 20여년 전 서점가의 반발로 입주에 실패했던 교보문고 경우 현재 내부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부터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도서정가제는 오프라인 서점은 정가대로, 온라인 서점들은 10%까지 할인해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도입됐지만, 오프라인 서점들은 이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다. 온라인 서점들이 표면적으로 10%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하고 있지만, 마일리지 적립 제도 등 변칙적인 할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대춘 전주시서점조합장은 “서점가가 불황을 겪고있는 현실에서 도서정가제는 오프라인 서점의 손발을 묶어놓은 격”이라며 “도서정가제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만이 오프라인 서점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서점들은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정가대로 책을 판매하는 ‘완전 정가제’를 요구하고 있다. 무분별한 가격 할인 경쟁으로 시장 질서와 출판문화 등이 붕괴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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