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매우 크고 으리으리한 것을 굉장하다고 한다. 영국 버크셔의 원저궁이나 바티칸시티의 바티칸궁, 또는 9·11테러로 자취를 감춘 미국의 110층 짜리 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비롯, 서울∼부산간 거리의 다섯 배나 되는 만리장성이나, 밑변의 길이가 125m×109m에 높이가 62m라는 피라미드 정도는 되어야 굉장하다는 소리를 들을만 할 것이다.
이러한 거대 규모의 매머드 건축물을 가리켜 상식인은 거창하다거나 굉장하다고 말한다.
‘굉장하다’는 말의 로고(logo), 즉 이 말의 뜻은 뭔가. ‘굉(宏)’은 클굉, 넓은 굉 자로, ‘굉장(宏壯)’은 크고 넓고 장엄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 말의 쓰임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코흘리개 어린이들에서부터 나이 든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굉장히 맛있다.’, ‘굉장히 비싸다.’를 비롯, 심지어 ‘키가 굉장히 작더라’는 반어(反語)까지 남발하고 있는데, 한 번 따져 보자.
이 세상에 ‘너르고 크고 으리으리하게 맛이 있고, 너르고 크고 으리으리하게 비싼 것에다가 넓고 크게 작은 것’도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가 ‘굉장한 미인’이라니 소름끼칠 일이 아닌가.
굉장한 미인이라면 적어도 몸무게 300㎏에 신장 2m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한국형 미인은 결코 굉장한 미인은 될 수 없을테니 안타까울 일이다. 물론 어떤 심리학자는 배고프고 헐벗던 ‘비내리는 부산 정거장’시절의 고대광실에 대한 욕구불만이 출산시킨 이 말이 엉뚱한 뜻으로 쓰이게 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데, 이제는 살만하게 되었으니 제 뜻을 찾아줄 때도 되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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