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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얼마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과 독일 콜 총리가 정상회담을 가진 일이 있었다.

 

두 나라 정상은 회담에 앞서 회담장소인 프랑스 라로씰시 어느 작은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찾아갔다.

 

아이들과 같이 ‘통일유럽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국기와 독일 국기, 유럽공동체(EU) 국기가 나란히 게양된 가운데 두 정상이 임시 교사가 되어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교실 양쪽에는 방청객으로 두 나라 장관들과 이 학교 선생님 등 20여명이 자리를 잡고 지켜보고 있었다.

 

제일 먼저 한 어린이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유럽 통합은 안 될거라고 했습니다. 말과 글만 다른 것이 아니라 전기 전압도 다르고 전기 플러그 모양도 다르고, 좌우측 통행도 다른데 어떻게 통합이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그러자 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유럽이 통합되면 내가 좋아하는 이탈리아를 가는데 여권이 필요없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나는 로마에서 살면서 스파게티도 실컷 먹고 달타냥(소설의 주인공)이 죽은 마스트리히트도 구경할 계획이에요. 그런데 여비는 어디서 나오지요?"

 

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콜총리님, 저의 할아버지는 2차 대전 때 독일군이 죽였데요. 그래서 우리 할머니는 독일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통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왜? 독일은 전쟁을 일으켰으며 유대인들이나 프랑스 사람들을 괴롭혔지요?"

 

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유럽이 통합되면 프랑스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은 나는 찬성하는데 왜 어른들은 반대하는 거지요?"

 

또 한 어린이는 말했다.

 

"요즈음 직업을 잃는 것이 큰 문제인데 만약 각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다간 오히려 직업을 얻기가 힘들지 않을까요?"

 

또 한 어린이가 말했다.

 

"유럽이 모두 한 나라가 되면 앞으로 영어, 독일, 이탈리어, 포루투갈어, 스페인어를 모두 알아야 하나요?" 그 많은 공부를 어떻게 하지요?"

 

토론은 한 시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어린이들의 재치있고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져 나오자 말 잘 하기로 유명한 콜 총리나 미테랑 대통령도 그만 대답할 말을 잊어버리고 땀만 계속 흘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신문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솔직하고 재치있고 날카로운 비판력을 가지고 있는 유럽의 어린이들. 상대가 선생님이든 시장이든 대통령이든 거리낌없이 대답할 수 있는 어린이들. 또 대통령이나 총리라 할지라도 어린이들의 소리까지 들으려는 유럽의 정치가들. 그 여유와 아량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러한 이야기를 한국의 정치인들은 알고나 있는가.

 

어린이는 나라의 희망이요. 꿈이라고 떠벌리기 좋아하는 정치가들. 교육자들, 아버지, 어머니들. 우리 어린이들과 얼마나 대화를 하고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는가.

 

국가의 큰 일도 어린이와 함께 토론회를 갖고 그 정당성을 찾으려 하는데 우리 정치가들의 아량과 여유는 어느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인가.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서재균(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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