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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도·감청하자고 광복한거냐

온 나라가 도 감청으로 벌집쑤셔 놓은 것처럼 난리 법석이다.옛말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했다.도 감청은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가격도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도 감청도 수요가 있기에 하는 것.고급 정보를 쉽게 얻으려고 불법 도 감청을 일삼았다.정치인과 유력 인사들을 공깃돌 다루듯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개인 정보가 절대 필요했던 것이다.몰래 엿듣는다는 것도 기분 나쁜 일인데 하물며 국가기관에서 불법으로 도 감청했다는 사실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국가정보원이 유력 인사들의 약점을 잡기 위해 도 감청했다는 건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져 내릴 일이다.그간 정보통신부 등에서 도 감청이 없다고 공언했지만 이미 국정원 등에서 도 감청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였다.김승규국정원장도 법무장관 시절 도 감청 당했을까 걱정된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얼마나 유력 인사들이 도 감청에 떨고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이 때문에 유력인사들은 자주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공중전화를 주로 이용했다.

 

세상은 분명 요지경 속이다.더 한심한 건 불법 도청 테이프를 갖고 조직내부에서 구명줄로 활용했고 기업에 거액을 요구했다는 점이다.권력과 양지만을 쫓기 위해 나분대던 그들의 모습들이 오늘따라 초라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정보를 왜곡시켜 남을 헐뜯고 흔들어 댔으니 이 나라엔 그리 성할 나무가 있을 성 싶지 않다.국가를 위해 음지에서 일한다는 사람들이 도 감청을 일삼았다는 건 분명 도덕 불감증이 빚어낸 병리현상이다.

 

도 감청은 민주주의 싹을 자르는 장애요인인 만큼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법원의 영장 발부요건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처벌 수위를 높히는 것 밖에 대안이 없다.지금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는 시대가 돼선 곤란하다.세계를 무대로 한 무한 경쟁시대에서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광명천지에 도 감청을 일삼는다는 건 정권의 무능함을 들어낸 꼴 밖에 안된다.정치의 장도 진흙탕 싸움 밭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당리댱략에 춤추는 후진국형 정치 지형을 과감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 열기가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입지자들은 정신 못차리고 연고주의에 얽매여 편가르기에 몰두하고 있다.지방정치도 중앙정치 닮은 꼴이 돼가고 있다.심지어 위원장들이 기초의원들을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어 두려고 정당공천제를 실시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중선거구제 실시도 논란거리다.유급제를 앞두고 지방의원 정수를 줄이겠다는 건 납득 가지만 지역대표성 확보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오히려 소 지역주의가 걱정된다.

 

광복 60주년이다.진정한 광복의 의미는 무엇일까.정의가 부정의 한테 먹히지 않고 인권과 개인의 자유가 훨훨 살아 숨쉬는 세상 만들기가 진정한 광복이 아닐까.불법 도 감청으로 통신 비밀 보장이 송두리째 뽑힌 이 나라를 바르게 세우는 것도 광복의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그간 친일파를 정리하지 않은 채 역사를 이어온 탓도 크다.개인의 사생활까지 마구잡이로 뒤지는 세상을 만들자고 지금껏 피땀흘려 온건 아니지 않은가.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소 개인이나 국가나 남의 사생활을 엿듣는 행위 만큼은 사라져야 한다.

 

/백성일(전북일보 판매광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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