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할 말이 있어.”
“뭔데?”
“잘 들어봐. 꿈을 꾸었어. 그리곤 그림을 그렸어.”
신가림씨(31)의 두번째 개인전이 9월 1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2001년 첫 개인전이 골목길과 동물들을 그린 평면 작업 위주였다면, 이번 전시는 꿈에 관한 단상들이다.
“꿈 속의 장면들은 깨어있을 때보다 극적이지요. 꿈을 꾸고 글로 기록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작업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살아있을 때 꿈을 꿀 수 있으며, 그 꿈은 내 삶과 일상으로 교차된다. 작은 종이 박스 위에 기록한 꿈의 편린들은 곧 작가의 일상이며 의식이다.
“단순화나 간략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주제와 배경 사이에 분리되어 생기는 공간 안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현실과 다른 부조리함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한 가지 색으로 칠해진 배경과 그 속에 담겨진 대상은 단순화된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자칫 밀도가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작업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상력의 문제”라는 생각으로 사진 위에 페인팅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 작품도 내놓았다.
까맣게 칠한 캔버스천과 역시 까맣게 칠한 의자는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그가 “너희들도 어둠을 한 번 느껴보라”며 내놓은 설치작품이다. 명암 짙은 어두운 색들로 만들어진 검은색은 막힌 상황을 뜻하지만, 보는 이들과 교감하고 싶은 작가의 시도이기도 하다. 수십개의 소주 페트병을 엮은 작품은 “한 사람이 저렇게 많은 양의 소주를 다 마신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될까”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나왔다.
대학 3학년 때 스스로 학교를 그만 둔 이후 그는 줄곧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심정적인 외로움은 감내해야 하는 것. 그림을 그리는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어떻게 그리는가’는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인 만큼 보다 많은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전시를 열면서 그는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 만큼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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