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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눈높이 낮춰야 길이 열린다

취업시즌이 코 앞에 닥쳤다. 학교도서관은 물론이고 공공도서관마다 취업 준비생들로 철철 넘쳐난다. 정부 관련 부처는 매년 일자리 수만개씩을 창출하겠다는 신년 설계를 내놓지만 취업의 문은 어제나 오늘이나 바늘구멍만큼이나 좁디 좁다. 특히 입학자원 부족과 학벌주의 폐해를 겪고 있는 지방대의 경우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4년제 대학 졸업자 1만4천여명중 40%에 이르는 5,600여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이나 군 입대 등을 제외하면 순수취업률은 46% 밖에 안된다. 전국 평균 56%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전남 광주지역과 함께 전국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 허수가 상당부분 끼어 있을 개연성이 높다.

 

이같은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연봉 많은 큰 회사만 찾고 있으니 큰 문제다. 이른바 ‘대기업병’이다. 예비취업생중 80% 이상이 대기업에 높은 연봉을 요구하고 있고 중소기업 선호도는 10%도 채 안된다는 것이다. 전북잡코리아가 예비취업생들의 희망 직장을 조사했더니 이런 수치가 나왔다. 대개는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해 평가하기 마련이고 추상적으로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다. ‘막연한 대기업병’을 치유하지 않으면 몽상 속에서 헤매게 될 것이다.

 

지금 인력 채용시장은 대규모 공채에서 수시 채용으로, 신입사원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로, 모범생보다는 창의성을 갖춘 특이 인재를 선호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이직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2년 미만 경력자들이 새롭게 신입직으로 편입되고 있다”고 전북잡코리아의 정세용대표는 전한다. 예비취업생들의 경쟁 상대는 ‘낮은 연봉을 희망하는 2년 미만의 경력자들’이라는 것이다. 함께 졸업하는 동료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건 이제 착각이다. 인력채용시장의 이같은 변화 때문에 그나마 좁은 취업문이 신입자에겐 더욱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대학들이 이론 위주의 공급자형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신입사원을 뽑아도 현장에서 써먹지 못한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학생들의 현장 및 실습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불만은 80%를 넘는다(전경련. 2003). 이러니 대학졸업자의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되고 경력자 중심의 채용관행이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 역시 이론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예비취업생들이여, 실정이 이러한데도 대기업에다 높은 연봉만 고집할텐가.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미국 보스턴지역에서 CEO로 활동하다 스카웃돼 모국으로 돌아온 성창모 인제대총장(국가균형발전위 위원)의 주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받기 십상이고 일사분란한 획일적 조직문화에 젖기 쉽지만,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곳에 가서 일을 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마음껏 써 먹을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곳은 중소기업일 수 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을 평가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가치와 창의력을 실현할 수 있는 직장과 직업을 선택하라는 충고다.

 

이런 직장인이라면 단순근로자가 아닌 이른바 지식근로자의 전형인데 지식근로자는 ‘평생직장’에 연연치 않고 오로지 ‘평생직업’만 관심을 둔다. 눈높이를 낮춰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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