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렇던 5공 시절에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대통령 전두환씨가 미국 방문길에 디즈니랜드에 들렀다가 지능지수(IQ)를 테스트 하는 오락기계와 마주쳤다. 수행원들이 장난삼아 누가 IQ가 가장 높은지 테스트 해보자고 했다.
먼저 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이 코인을 집어 넣고 기계를 작동했다. 무려 145가 나왔다. 가히 천재다. 이어서 장세동 경호실장이 코인을 넣었다. 120이 나왔다. 아니 ‘저 양반도 저렇게나?’ 주위에서 탄성이 터졌다. 어깨가 우쭐해진 장실장이 전씨에게도 권했다. ‘각하는 아마도 최고 수치가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황당했다. 전씨가 오락기에 코인을 넣자 수치는 나오지 않고 대신 뚜뚜뚜하는 기계음에 이어 ‘누가 돌멩이 넣고 장난치냐’하더란다. 이 말은 결국 전씨의 IQ는 돌멩이 수준이란 뜻인데 이 얼마나 통렬한 반어적(反語的) 카타르시스용 개그인가. 그 때 민심이 그랬다.
그런데 대폿집 술 안주 감으로나 통용될 그런 ‘돌멩이 테스트’ 같은 웃기는 거사(擧事)가 앞으로 도내에서 한바탕 벌어질 모양이다. 강한전북 일등도민 운동본부라는 단체가 새만금사업 성공을 기원하는 돌 모으기 운동을 연말까지 지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13년 동안이나 끌어 오고도 아직까지 ‘되네’ ‘안되네’ 시비가 그치지 않는 이 사업을 도민들의 정성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라고 한다.
하기야 이 사업이 겨우 207km 구간의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남겨 놓고 이 지경으로 발목이 잡혀 있으니 이 단체가 분기충전할만도 하다. 명색이 ‘강한 전북’을 만들자는데 ‘일동 도민’은 못되더라도 온 도민이 나서서 돕지 않을 이유 또한 없다. 붉은 머리띠 두르고 굴삭기까지 동원해 방조제 허물기 운동을 벌인 일부 시민환경단체의 목불인견 망발(?)에 속앓이 해온 도민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러니 그들에게 본떼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일등도민들이 나서야 하는 것은 당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때가 있고 명분도 뚜렷해야 한다. 그래야 도민들의 호응도 얻는다. 지금까지 새만금사업에 대한 도민들의 의지는 보일만큼 보인것 아닌가? 그리고 위라서 감히 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중단할 수 있겠는가.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는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법원이 연말안에 재판을 마무리 짓겠다니 그때까지 차분히 대응하면서 그 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그것이 법치주의요 합리적 해결방안의 첩경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도민들의 성금으로 돌을 모아다가 도청앞에 쌓아 놓겠다니 이게 도대체 이벤트성 행사인가 헤프닝인가? 민주당 전북도당이 방조제 현장에서 돌 72t을 바다에 던지며 결연한 의지를 포명한 것은 보아 줄만하다. 정치적 제스처는 그보다 더 해도 때론 도민들을 감동시킬수 있다. 그게 바로 정치이니까. 하지만 마치 돌 놓고 장난치는듯한 돌 모으기 발상은 때가 늦었을뿐 아니라 정신운동단체가 나서야할 명분도 약하다. ‘국민의 감동이 만들어 낸 힘을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나라에 없다’ -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일등도민운동본부는 돌 모으기 대신 진짜로 도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라.
/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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