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불명의 우스개 소리에 ‘교수와 거지의 닮은 점 세가지’라는게 있었다. 인격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고매한 교수님들을 감히 거지와 비교하다니, 괘씸한(?)내용이라 입에 담긴 그렇지만 한 번 옮겨 보자. 첫째 항상 무엇을 들고 다닌다. 둘째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 한다. 셋째 될때까지는 어렵지만 한번 되고 나면 일생이 보장된다.
곰곰 생각해 보자.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수들은 강의 자료나 책등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거지는? 두 말할것도 없이 깡통이다. 항상 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 것도 같다. 교수의 강의 내용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거지가 징징대는 소리 또한 한결같다. 교수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 번 되고 나면 정년이 그 어느 직종보다 길다. ‘사오정(45세 정년)’이니 ‘오륙도(50∼60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니 하는 마당에 가장 안정적인 직업임에 틀림없다. 거지는 또 어떤가. 실패한 인생의 마지막 단계가 거지다. 그러나 그 지경에 이르기까지가 문제지 ‘내가 거지다’하고 체념해 버리면 차라리 속 편히 살수도 있다.
아주 민망하고 역설적인 비유지만 이처럼 닮은 점이 많은 교수와 거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경우도 있다. 97년도엔가 한 대학교수가 ‘교수들의 행진’이란 풍자소설에서 인용한 예는 더욱 그럴싸 하다. 첫째 항상 손에 무언가 들고 다닌다. 둘째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셋째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 넷째 얻어 먹기만 하고 대접할 줄은 모른다. 다섯째 되기가 어렵지 되고 나면 밥은 먹고 산다. 그 교수 작가가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풍자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교수들의 자화상치고는 제법 현실감 있는 이야기 아닌가.
내로라 하는 명문대 출신에 번쩍거리는 학위를 갖고도 대학교수가 되기는 쉽지 않다. 조교·시간강사부터 시작해서 교수대접을 받는 전임강사에 이르는데만 보통 10년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교수 채용을 둘러싼 비리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학맥과 인맥을 통한 자기 사람 챙기기라는 고질이 대학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해도 대학교수는 지성의 상징이다. 전공분야에 따라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들이 교수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뼈를 갂는 노력과 학문적 성취없이 상아탑에 안주하기란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나라 대학에는 재임용 제도가 있고 강의나 연구실적등에 따라 호봉승급이 좌우되기도 한다. 연공서열 파괴바람이 분지도 오래다.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정글의 법칙이 대학에서도 적용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몇 대학교수들이 연구비를 가로채거나 학위를 매매한 비리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학문 연구에 전력해야 할 교수들이 불법·탈법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명예요.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미꾸라지 한 두 마리가 방죽을 더럽힌다 해서 무슨 큰 일이 나는것은 아니지만 듣기에 매우 거북스러운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는 사람들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누가 그랬던가. ‘누구에게도 설명할 의무를 지지않고 근심걱정 없는 평온속에서 생각에 잠기는 게으른 권위’를 대학교수들은 누린다고.
/김승일(전북일보 객원논설위원, 전북향토문화연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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