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60년, 출가서원하여 허겁지겁 살다보니 30년. 마음 속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는 무엇을 채우기 보다 비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설상채 교무(59·원광대 과학관 부관장).
두번째 시집 「우리가 바람을 만난다면」(도서출판 한맘)을 펴내며 그는 “산과 바다 바람이 노래가 되어 일상을 탈출하는 자유가 되고 내 아내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의 기도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바람 자체가 우주의 생명이고 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바람이 모든 사람들에게 불어 희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서정적 정서가 듬뿍 담겼던 첫 시집과 달리, 이번 시집에는 바람이라는 자연주의적 사상을 밑바탕에 깔고 싶었다. ‘바람’을 주제로 써놓은 그의 연작시를 따라가다 보면 영원과 초월의 세계,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눈의 띄는 것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인연들’로 묶인 시들. 고은 시인의 「만인보」처럼 원불교 선진들의 삶을 시로 풀었다. 설교무 주변 인물이나 소리 없이 생을 살다간 이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봉사하고 있는 이들의 뜨거운 봉공정신을 증언하듯 생생하게 남기는 것은 그에게 과업이다. 이번 시집에 실은 다섯편의 연작시 ‘미륵사지 석탑’은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은 소재다.
그림을 그리고 모자이크를 만드는 시인. 원불교에 원무용단을 만들고 10년 동안 지원해 올 정도로 예술의 각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예술을 통해 시의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1999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현재 원불교문인협회 회장·한국문예연구회원·원광문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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