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지면서 날씨가 차가워졌다. 하지만 아직도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쬐고, 산과 바다는 도심 속에서 갈길 잃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연말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웬지 썰렁한 11월 마지막 주말이다. 연말로 갈수록 행사도 많아진다. 결혼과 모임, 종교행사 등이 겹치면서 원거리 여행이 시간적으로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눈을 가까운 곳으로 돌려 계획을 잡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완주군 대아·동상저수지 호반도로 주변을 돌아오는 드라이브 산책 코스는 권할 만 하다. 가족과 함께, 아니면 연인과 함께 대자연의 아늑함을 느끼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곳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운암산과 동성산, 위봉산 등 아래 계곡을 막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대아·동상저수지는 주변 산세와 호수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완주 8경 가운데 하나이다.
1922년에 만들어진 댐이 노후돼 지난 1989년 완공된 대아댐은 5,464ha/㎥이르는 방대한 저수량을 자랑하며,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있는 운암산과 우아하고 부드러운 산세의 동성산은 그 아래 잔잔하고 푸른 두 개의 호수를 곱게 물들인 치맛자락처럼 펼쳐놓았다.
특히 대아저수지는 남쪽에 위치한 동상저수지와 맞닿아 있는데, 두 개의 저수지를 잇는 20km의 호반도로가 관통하는 주변경관은 사시사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전주에서 출발한다면, 고산∼대아댐, 위봉사∼대아저수지, 화심∼동상저수지 등 세가지의 길을 권할 수 있다. 토요일 아침 모처럼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면, 먼저 소양을 지나 화심 순두부 단지에서 좌회전해 동상저수지 쪽으로 들어가는 코스가 적합하지 않을까. 11시쯤 출발해 화심에 가서 얼큰한 순두부 백반을 한그릇 먹고 동상 쪽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동상저수지가 반기고, 가을걷이가 끝난 길가의 감나무들은 ‘까치밥’ 몇개만 남겨놓은 채 썰렁하다. 인근 마을을 들러 한창 익어가는 ‘동상곶감’을 구경할 수 있다. 신월교 부근에서 우회전, 동상 운장산계곡에 들어가 고즈넉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봄직도 하다.
동상초등학교를 지나 한참을 가다가 위봉사 쪽으로 좌회전해 나갈 수 있다. 작년에 새로 개설된 길인데, 동상면 수만리 쪽으로 이어지는 음수교와 도로가 개설돼 위봉사, 송광사를 구경하고 전주 쪽으로 나갈 수 있는 코스다. 이 길 주변에는 도시민 등 관광객들을 겨냥한 펜션, 관광농원 등이 자리잡고 있어 단체 야유회 등에도 적합하다. 위봉사에서 송광사로 내려오다가 우측에 자리잡은 ‘오스갤러리’도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곳.
샛길로 빠지지 않고 732번 지방도로를 타고 계속 직진해 나가면 우측 은천계곡 쪽으로 대아수목원 가는 길이 보인다. 대아수목원은 운암산 아래 100ha 산림에 조성된 수목원의 천연림과 온실, 산림자료실 등에는 국내외 수종들이 많이 있어 자연학습장으로 제격이다. 6.3km의 산책로를 따라 중수골 정상에 오르면 산 아래 대아저수지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이렇게 동상·대아저수지 주변 경관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해질 무렵이다. 대아저수지는 떠나가는 손님에게 마지막으로 황홀한 선물을 선사하는 예의를 보인다. 낙조다. 호반길을 따라 대아댐 쪽으로 구절양장 굽은 길을 달려가다보면 어느사이 발갛게 물든 낙조의 황홀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못내 아쉬운 사람들은 팔각정(대아정)에 올라 낙조와 저물어가는 호반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밤이되면 호수에서 떠오르는 달님도 만날 수 있다.
"고로쇠 채취·곶감 만들기 체험"
완주군은 장기적 계획이지만, 대아저수지와 동상저수지 일대를 수변공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저수지 일대 6만평에 높이 100m의 소망탑과 200m 길이의 구름다리를 건설하고, 감 축제장과 고로쇠 채취 체험장 등을 갖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빛좋은 개살구다. 무려 400억원 가량이 예상되는 예산 확보가 만만찮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완주군은 그동안 군비 3000만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벌였으며, 내년 예산에 1억5000만원을 계상해 우선 호반도로 주변 주차장 확보 등 관광객 편익시설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계획이 진행되면서 대아 동상저수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초봄에는 고로쇠를 직접 채취해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직접 감을 따고, 감을 깎아 매다는 동상곶감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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