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1년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 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여겨 태양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또 ‘작은 설’이라고 부르며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의미에서 동지빔을 해먹고 팥죽을 쑤어 먹었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는 집도 찾아볼 수 없고 팥죽을 쑤어먹는 가정도 많이 줄었지만 유난히 추운 올 겨울 전주 서신동의 ‘동짓날’(대표 홍현순)에서 가족끼리 팥죽을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동짓날’의 팥죽은 걸죽하면서도 달작지근한 것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텁텁한 맛 때문에 팥죽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 집의 팥죽은 잘 먹는다니 입맛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여느 팥죽과는 다른 듯하다.
“팥을 잘 삶아야지. 너무 안 삶아지면 껄끄럽고 너무 삶으면 씹히는 맛이 없어.” 팥죽만 13년째 팔고 있는 홍현순 대표. 생활을 위해 음식업에 뛰어들었다는 그는 어렸을 적 많이 만들어 먹었다는 단순한(?) 이유로 팥죽 전문점을 열었다. 워낙 손맛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지금은 새알을 만드는 것도, 팥죽을 쑤는 일도 눈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베테랑이 되었다.
팥죽에 둥둥 떠있는 새알은 한 입에 쏘옥 넣기 적당한 크기로 쫄깃쫄깃함이 일품이다.
“찹쌀만 넣으면 너무 찰져서 먹기가 힘들어. 맵쌀을 조금 섞어야 하는 데 그 비율이 중요하지.” 주인장은 찹쌀과 맵쌀의 비율에 따라 새알의 쫄깃함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팥죽 만드는 것도 만만히 볼일 만은 아니다.
팥죽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동치미. 뜨끈한 팥죽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어린시절 겨울밤을 풍요롭게 했던 그 추억의 맛 그대로다.
“비결은 뭐…. 그냥 어렸을 때 엄마가 해주던 거 어깨 넘어 보면서 만든거지. 아무것도 특별한 건 없어요.”자신이 만든 팥죽이 집에서 먹는 것과 조금도 다를게 없다지만 어렸을 적 먹던 그 맛이 특별함이 되버린 지금 손님들에게는 오히려 ‘동짓날’의 팥죽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별미가 되어 버렸다. 13년간 효자동에서 장사를 하다가 서신동으로 옮긴지 1주일. 가게를 옮기고도 꾸준히 찾아와주는 단골손님들이 많다고 하니 그곳의 팥죽이 주인장의 말처럼 평범하지 만은 않은 듯하다.
팥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칼국수, 보리밥, 깨죽도 판매하니 여러사람이 가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듯 싶다. 무엇보다 어머니 같은 주인장의 인심이 팥죽만큼이나 푸근하다.
메뉴- 새알팥죽 4,000원 팥칼국수 3,500원
보리밥 4,000원 깨죽 4,000원
칼국수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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