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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교수의 재미있는 '익은말'] 곡하다 웃는다

웃어서는 안될 자리에서 웃거나 어떤 말을 해서는 안될 자리에서 엉뚱한 말을 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비유하는 말이다.

 

<근원설화>

 

요새는 초상 상인이나 문상 간 사람도 곡을 하는 일이 없지만 전에는 문상할 때 상인은 ‘아이고 아이고’를 연속하며 곡하고, 문상하는 사람은 ‘어이 어이’를 연속하며 곡을 했다.

 

어떤 사람이 문상 가서 ‘어이 어이’하고 곡을 하는데 상인의 곡하는 소리가 어떻게 들으면 ‘아잇꼬 아잇꼬’ 하고 어떻게 들으면 ‘어잇꾸 어잇꾸’하는데 그것도 순탄한 곡소리가 아니라 높았다 낮았다 하며 마치 노랫가락 같기도 하였다.

 

문상 간 사람은 본시 웃음이 헤픈 사람이었기로 상인의 곡소리를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랬더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그 광경을 보고 모두 웃어 웃음판이 되었다.

 

상인이나 조객(弔客)의 곡(哭)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는 퍽 많다. 작자를 모르는 ‘금계필담(錦溪筆談)’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도 그 하나다.

 

영조 때의 재상 민백상(閔百祥)은 웃음이 헤펐다. 그가 김용겸(金用謙)의 어머니 상사에 문상을 갔다. 김용겸이 여막(廬幕)에 들어갈 때 옆의 사람에게 이르기를 내가 벽용(상인이 가슴을 두드리고 땅을 구르며 통곡하는 의식)을 해야겠다며 왼손에 오동나무 상장(喪杖)을 들고 바른손으로 가슴을 치며 뛰고 통곡을 하는 꼴이 어찌나 우수운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막고 웃었다. 그런데도 웃음이 헤픈 민대감은 얼굴빛이 변하지 않고 천연하여 모두들 대감이 웃음을 참는 것이 신기하다고 속삭였다.

 

민대감이 문상을 마치고 돌아올 때 종들에게 이르기를 갈 때에는 사람의 왕래가 드믄 신무문(神武門)쪽으로 가자며 가마에 올랐다.

 

가마가 신무문에 이르자 민대감이 가마에서 내려 길가에 앉더니 그동안 참았던 웃음이 폭발하여 한나절이나 너털웃음을 웃었다.

 

이 야기가 후대에까지 널리 전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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