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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해외여행] 웃비아의 샛길로 빠지는 배낭여행 - 실크로드를 가다 (25)

파키스탄 떠나 중국으로 가는 길 야성의 땅이여 안녕~

쿤제랍 패스를 오르며 차창 밖으로 본 파키스탄 설경. ([email protected])

쿤제랍 패스

 

“피의 협곡”이라 불리는 쿤제랍 패스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하이라이트입니다. 해발 2,700M 소스트에서 2,000M를 숨 가쁘게 올라 정상에 도달하면 중국과 파키스탄 국경에 이릅니다. 이 고개를 기점으로 서쪽은 파키스탄, 동쪽은 중국입니다.

 

소스트에서 파키스탄 출국 검사

 

9시까지 버스터미널에 오라고 해서 시간을 맞추어 나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리라 생각했는데 9인승 벤 두 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베라 호텔에 함께 묵은 네덜란드 단체 여행객의 차가 자전거를 지붕에 싣고 도착했습니다. 어제 쿤제랍 정상에서 이곳까지 자전거를 타고 내려왔고, 오늘은 중국 측으로 넘어가 카라쿨 호수까지 자전거를 타고 갈 예정이랍니다.

 

차를 타기 전 여권 검사와 짐 검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허술한 출국장이 또 있을까요? 그런데 검사가 장난이 아닙니다. 배낭을 온통 풀어헤치고, 치약까지 짜서 냄새를 맡고... 이렇게 철저한 짐 검사는 지금까지 여행 중 처음입니다. 내가 마약 상으로 보였을까? 검사 중에 샴푸 뚜껑을 열어 놓아서 타슈쿠르칸에 도착해 보니 세면도구 가방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망할 놈들 맛을 봤으면 뚜껑은 닫아 두어야지~-!-

 

9시 출발 예정 버스가 11시가 다 되어 출발했습니다. 마을 밖에 나가는 듯 하다 제대로 된 건물로 또 차가 들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출국 심사. 헉... 세관 검사와 심사를 한꺼번에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11시 20분에 정식으로 소스트를 벗어났습니다.

 

파키스탄- 중국국경 넘기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쿤제랍패스를 넘는 두 국경은 눈이 녹는 5월초부터, 동절기의 시작인 11월 초 까지만 입, 출국이 가능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통상적으로 5월 1일이면 국경이 열리는데 기상상태에 따라 늦어지는 경우가 있고, 11월말이나 12월 초 까지 통행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국경이 열려있는 기간 중에도 기상상태가 악화되어 도로가 붕괴되면 언제든 국경을 막고 통행금지 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이동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여 고립 될 수도 있습니다. 하여, 두 나라 국경을 넘는 여행을 계획하실 때에는 예비 일자를 충분히 잡아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란-파키스탄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파키스탄 소스트 버스 정류장에서 미니버스가 매일 아침 9시에 출발합니다. 7인승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여러 대가 동시에 출발하고 요금은 1,210루피 옅습니다. (1루피는 21원 정도) 전날 카리마바드나 굴미트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파수쪽을 돌아보시고 오후 6시 이전에 소스트에 도착하여 예매를 해두시는 것이 확실하게 좌석을 배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소스트가 아닌 훈자 지역에서 아침 9시 이전에 소스트에 도착하려면 무리가 따릅니다.

 

일단 버스터미널에 가면 그곳이 1차 세관입니다. 모든 짐을 풀어헤쳐서 검사를 맏고 출발하여 다시 근처에 있는 진짜 세관에서 또 검사. 또 한참 가다가 카라코람 국립공원 입장료를 4불 내고... (이건 필수적으로 내야하니 작은 달러를 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쿤자렙 패스를 넘기 시작... 그 사이 한두 차례 간단한 검문이 있습니다. 오후에 중국 국경에 도착하면 또 한 차례 본격적인 짐 검사가 있습니다. 검사 후 타슈카르칸 까지 달려오면 마지막 정식 세관 검사를 하고 끝납니다. 아무리 빨리 와도 타슈가르칸에 도착하여 완전히 수속이 끝나면 어두워 질 겁니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아름다운 길을 구경하며 다음날 카스로 이동해도 되고, 바쁘신 분이라면 타슈카르칸 세관 앞에 합승 차들이 많이 있을 테니 100위안 미만으로 흥정하여 카스까지 밤길을 달려 올 수도 있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뒤편의 여행기를 참고하시면 확실히 이해가 되실 겁니다.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이동시간과 고도, 거리는 별도 지도를 만들어 올렸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참... 중국측에서 떠난 중국 버스나 파키스탄에서 떠난 미니버스들이 분명히 돌아 갈 때 승객들을 태울 텐데 이 버스들이 어떤 상황으로 움직이는지 모르겠습니다. 파키스탄 소스트에서 중국 버스 차표는 팔지 않는걸 보면 먼가 좀 이상하죠? 저도 그게 좀 궁금합니다.

 

중국 측에서 파키스탄을 가시려면...

 

카슈카르 국제 버스터미널에서 파키스탄행 버스표를 사서 2일에 거쳐 넘어오시는 것이 가장 쉽고, 카리쿨호수를 보고 타슈가르칸에서 표를 사서 하루 만에 넘어 올 수도 있습니다. 카슈카르(카스)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카스국제 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대, 오후 1시경에 출발하고, 버스표는 미리 예약하시는 것이 안전하지만 비수기에는 당일 오전에도 표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버스는 카리쿨 호수를 지나 타슈가르칸에 와서 하룻밤 묵고 다음날 중국 국경을 통과하여 파키스탄 소스트에는 오후에 도착합니다. 만약 카리쿨 호수를 여유롭게 들러보고 싶으시면 카스에서 아침 일찍 떠나는 타슈가르칸행 버스를 알아보고 - 버스가 없다면 히치하이크해서- 그걸 타고 먼저 와서 카리쿨 호수에서 뒤늦게 출발한 파키스탄행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단... 파키스탄행 버스가 카리쿨 호수에서 태워 줄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면 또 히치하이크하여 타슈가르칸 까지만 가면 다음날 출발하는 버스는 확실히 탈 수 있습니다.

 

주의 사항 ; 중국과 파키스탄은 공식적인 시차가 3시간 납니다. 하지만 신장지구에서는 자체적으로 북경보다 2시간 빠르게 시간대를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어 주의해야합니다. 공식적인 기관 -역이나, 은행, 관공서 등-에서는 북경시간을 기준하여 사용함을 명심하세요.

 

그냥 온전히 가면 죄악입니다. 이번에는 펑크가 났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전망 좋은 곳에서는 절대로 펑크가 나지 않습니다. 차가 펑크 난 장소는 낙석이 굴러 떨어지는 아슬아슬한 너덜지대였습니다. 기사가 타이어를 갈아 끼는 동안 승객들은 500m쯤 물러나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낙석을 피해야했죠.

 

쿤제랍 패스 지나는 차안에서

 

지금부터 쿤제랍 패스의 시작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습니다. 자국민은 20루피 외국인은 4달러... 도적놈들, 무려 12배를 받다니...

 

카라코람 하이웨이와 쿤제랍 패스 완공하는데 20년(1959-78)이나 걸린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총연장 800km로 이슬라마바드에서 중국의 카슈가르까지 아시아에서 가장 험준한 지역을 지난다. 원래 사람과 말이 간신히 통과하던 좁고 가파른 이 길을 따라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정복에 나섰고, 당나라 현장법사와 통일신라 혜초 스님이 불법을 얻고자 목숨을 걸고 지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비단이 전해진 실크로드이기도 하다.

 

현재 카스의 국제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파키스탄의 소스트 (蘇士特)행 국제버스(1박2일)가 중파공로中巴公路를 통해 파키스탄을 연결한다. 일명 '카라코람 하이웨이'로 불리우는 중파공로는 카라코람 산맥을 관통하여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와 신강의 카스를 연결하는 산악 루트로 예부터 실크로드의 대상들이 지나가던 길이었다. 하이웨이 최고지점인 쿤제랍 (Khunjerab) 고개(4943m)는 '피의 계곡'을 의미하며 이는 이 지역의 산적들이 지형의 이점을 이용하여 카라반을 약탈하고 대상들을 강탈한 것을 나타낸다. 기획하여 산을 깍고 폭파하고 평탄하게 하고 길을 닦는데 만 20년의 세월과 400여명의 노동자들이 작업 중 사망했을 정도의 난공사였다고 한다.

 

우리 차에는 중국인 남자1. 여자1, 파키스탄 여자1, 남자3, 그리고 나와 기사가 타고 있습니다. 중국인 남녀는 차를 타는 순간부터 담배를 피워대며 무례하게 떠들기 시작했고, 파키스탄 아줌마도 덩달아 신이 나서 떠드는 일에 동참을 합니다. 목소리가 갈라지고 우는 소리여서 까마귀 소리처럼 너무 귀에 거슬립니다. 에구~ 저 인간들 입을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나?

 

점차 고도가 높아집니다. 파키스탄 까마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이번에는 머리가 아파 죽겠다고 징징댑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너무 떠들어서 너 벌 받은 거야. (해발 3,000m를 넘어서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소증세가 옵니다.) 중국 아이들은 고소적응이 되었는지 쉼 없이 떠들며 해바라기 씨를 까먹습니다. 높은 곳을 몇 차례 올라 다녔더니 나도 이제는 고소적응이 완벽하게 된 것 같습니다.

 

뒷자리에 탄 파키스타니 역시 노랗게 질려 헐떡거립니다. 찬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차창을 닫아두었는데 중국 아이 둘은 계속 줄담배를 핍니다. 저렇게 정신없는 인간들이 있을까? 동승한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나? “익스큐즈미... 담배는 차가서면 밖에서 피는 것이 좋겠다. 다들 불편해 하잖아.“ 일단 경고를 해 두고 타이레놀을 꺼내어 파키스탄 아줌마와 아저씨에게 한 알씩 건넸습니다. 고소증 치료제는 아니지만 타이레놀이 두통을 없애는 효과가 분명히 있습니다.

 

한참을 조용히 가는 듯하다 중국 여자아이가 또 담배를 꺼내 뭅니다. “야! 너 미쳤냐? 저 사람들 괴로워하는 거 안 보여?“ 호통을 쳤더니 처녀는 담배를 창밖으로 던지고 입을 빼뭅니다. 영어가 겨우 되는 남자아이는 미안하다며 대신 사과를 했습니다. 뒷자리에서 죽어가던 파키스타니가 내 등을 쿡쿡 찌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습니다.

 

쿤제랍 패스 넘어 중국으로

 

해발 4,700m. 정상 부근에 파키스탄 초소와 국경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차에서 내려 파키스탄의 마지막 땅을 밟아 보았죠. 사진은 평화롭게 보이지만 칼바람이 붑니다.

 

이곳이 바로 쿤제랍패스 정상. 여기서부터 잠시 검문을 하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면 중국측 국경이 나옵니다. 소스트에서 파키스탄 국경까지는 90Km정도. 9시에 출발한다던 버스가 11시에 떠나 오후 2시 20분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중국 국경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40분 (파키스탄 시간) 파키스탄에서 출발한 차 3대가 모두 도착하자 짐 검사를 시작. 한 시간 이상 지체를 한 후 중국 군인의 호위를 받으며 타쉬쿠르칸으로 출발했습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시작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쿤제랍 패스에 도착할 때까지 파키스탄의 지형은 너무도 직선적이며 강인하게 솟아오르고 거칠게 파헤쳐진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남성중에서도, 아주 거친 야성의 청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죠.

 

고개를 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중국 대륙은 그야 말로 장대하고 부드럽습니다.

 

똑같은 산의 색깔조차 파키스탄은 검은데 반해 중국은 누렇게 보입니다. 세월에 갈고 닦여서 둥글어진...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은 국경선이 없어도 다른 나라가 형성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일간의 파키스탄 여행을 마치고...

 

4월 29일, 파키스탄 서남쪽 타프탄에 도착하여 12일 동안 열심히 파키스탄을 가로질렀습니다. 이제는 파키스탄도 안녕~. 스카르두를, 락카포시 베이스 켐프를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합니다. 카리마바드에서 이틀정도 더 머무르며 울타르 빙하를 다녀와도 되겠지만 훌쩍 떠나게 된 것은 다시 오겠다는 혼자만의 약속입니다. 이란도 파키스탄도 꼭 다시 오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파키스탄 가는 법

 

파키스탄엔 국영 항공사 "파키스탄 에어" (PIA)가 있어 국내외를 연결하지만 우리나라와 직항 편은 없습니다. 중국, 일본, 홍콩, 타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많은 항공사가 카라치, 이슬라마비드, 라호르 등지로 취항을 하기 때문에 경유 항공권을 구입하는 대는 어려움은 없고요, 경유지를 잘 선택하면 오히려 다른 나라도 들러 볼 수 있으니 잘 선택하시기를...

 

인도에서 육로로 파키스탄을 들어가는 경우가 가장 많고, 비자만 있으면 중국이나 이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육로로 쉽게 들어 갈 수 있습니다. 단, 쿤제랍패스를 넘는 중국측 입국은 눈이 녹는 5월초부터 동절기의 시작인 11월 초 까지만 입 출국이 가능하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통상적으로 5월 1일이면 국경이 열린다고 하지만 기상상태에 따라 늦어지는 경우가 있고, 11월에도 말까지 열릴 수도 있습니다. 국경이 열려있는 기간 중에도 기상상태가 악화되어 도로가 붕괴되면 언제든 통행금지, 이동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구요, 언제 열리고 닫히는지 정확한 날은 하늘만 안다는 뜻입니다.^^

 

파키스탄 비자는 한국에서 받는 편이 쉽지만 인도에서도 가능합니다. 중국측에서 받기 어렵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특히 미혼 여성 혼자여행이라면 한국에서도 비자 받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저는 여행사를 통해 이란, 중국, 파키스탄 비자를 함께 받았는데 서울 근교에 계신 분이라면 파키스탄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셔도 어려움이 별로 없으실 것 같습니다.

 

/김흥수(배낭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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