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관련 보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언론 매체들은 시청자 및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기 위해 선거 이슈화를 꾀하고 입지자들은 언론 매체를 통한 얼굴 알리기에 열을 올리다보니 과열경쟁이 우려될 정도이다.
현대 선거는 이른바 ‘미디어 선거’로 불린다. 후보 선별을 비롯한 모든 선거 과정이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 있어 언론매체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후보자들은 언론 매체를 활용해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하는 일마저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미디어 선거는 공간적 제한을 극복한다는 효율성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그에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들이 부각되면서 자칫 선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디어 선거의 최대 맹점은 정치 및 정치인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강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내실보다는 겉모습이나 포장에 치중하게 되고 이는 용모나 언변 등에서만이 아니라 정책 면에도 반영되어 사업적 타당성이 없거나 현실성이 없는 공약들을 남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후보자들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해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유권자들은 후보의 경륜이나 능력, 소양보다는 언론 매체를 통한 이미지만으로 후보자를 평가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우리 마을, 우리 고장, 나아가 이 나라의 살림을 맡을 일꾼을 뽑는 중차대한 권리이자 의무를 행사함에 있어 이성보다는 감성에 좌우되는 경향이 갈수록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후보자들 자신도 내면적 소양보다는 외면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결국 정치인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디어선거에서의 또 하나의 중대한 폐단으로는 경마식 보도 태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언론의 보도행태를 보면 매체마다 후보 간의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중심으로 보도함으로써 후보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선거 과열을 불러오게 된다. 또 싸움붙이기식 보도와 가십과 스케치 기사 등이 지면을 차지하면서 정작 중요한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지 않는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또한 기자들이 각 후보가 전달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바람에 객관성을 잃고 '앵무새'로 전락할 우려가 작지 않다. 여론조사를 빌미로 한 후보 간의 순위 매기기와 유권자들의 분위기 등에 쏠린 보도태도는 후보의 정치적 역량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을 빼앗는 결과를 불러온다.
언론 매체들은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언론 본연의 자세를 상기해야 한다. 공정성과 균형 감각을 견지하면서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주장과 입장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언론 스스로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여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유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아울러 후보자들에게 유권자들의 여론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해야 한다. 또 유권자들이 선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선거감시자로서 부정선거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적 公器로서 마땅히 언론이 수행해야할 역할이다.
선거의 주도권이 미디어로 넘어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날 언론은 커진 역할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되새겨야 한다. 오늘도 독자나 시청자들은 각 언론매체들이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보도자세를 견지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본부장은 전북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과 전라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한국마사회 상임자문위원을 지냈다.
/김종량(강한전북일등도민운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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