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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청구영언」(靑丘永言)

선인들 풍류 담긴 580수 노래 1948년 한정판 보배롭게 간직

「청구영언」은 영조4년(1728), 김천택(金天澤)이 엮은 가집(歌集)이다. ‘청구’는 우리나라의 이칭이요, ‘영언’은 노래를 일컬음이다. 노랫말이 흩어져 없어질 것을 걱정한 김천택의 투철한 국학의식(國學意識)에서 편찬된 우리말 가집이다.

 

「청구영언」에는 8종의 이본이 있다. 그 중, ‘김천택의 원고본으로 믿어서 좋을 만한 것’은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에서 활자본으로 낸 「청구영언」이다. 500부 한정판이었다. 나는 이 중 ‘제165호’를 보배롭게 간직하고 있다.

 

이 책에는 580수의 노래(歌曲·時調·歌辭)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에서 3편을 추스려 본다.

 

① 재 너머 성권농(成勸農)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누운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타고/아희야 네 권농 계시냐 정좌수(鄭座首) 왔다 일러라 (鄭澈)

 

② 동짓달 기나긴 밤 한허리를 버혀 내여/춘풍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론님 오신날 밤이어드란 구비구비 펴리라 (黃眞伊)

 

③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사/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푸돗던가/불러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申欽)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취향에 의한 것이다. 580수 노래의 작자는 ‘유명인으로부터 이름없는 시골의 부녀자에까지’ 이르러 있다. 그 읊조린 바 내용도 다양하다. 가히 우리 선인들의 지(知)·정(情)·의(意)가 담겨있는 가집이요, 시집이라 말하여 좋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이든, 앙앙불락(怏怏不樂)하지 않은 선인들의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우리 겨레는 한(恨)도 풍류로 다스렸다. 「청구영언」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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