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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매천야록(梅泉野錄)

매천 선생 춘추필법 생생 선비 그리울때면 읽는 책

‘새와 짐승 슬피 울고 바다도 산도 찡그리는데/무궁화 강산은 잠기고 말았구나/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헤아리니/인간세계 선비 되기 어렵구나’

 

(鳥獸哀鳴海岳嚬 槿花世界已沈淪 秋燈掩卷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1910년 나라가 일본에게 병합되자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은 자결 순국하였다. 저 때의 절명사 4수 중의 셋째수다.

 

「매천야록」(신지사, 1955)은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李瑄根)에서 「한국사료총서」 제1집으로 공개 간행한 책이다. 1864년부터 1910년에 이르는 47년간의 사회상에 대한 수문수록(隨聞隨錄)이나, 근세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매천은 지행(知行·志行)이 일치한 선비였다. 그의 춘추필법으로 이루어진 게 「매천야록」이다.

 

‘서울 사람들은 왕왕 변소간에 이완용·박제순의 성(姓)을 붙여놓고, 여기가 이·박의 요리점이라 크게 써놓았다 한다. 개와 같은 유임을 말한 것이다.’ 이완용·박제순은 이지용·이근택·권중형과 같이 다섯 매국노(을사오적)였다.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등박문을 살해했다.’ ‘안중근의 사형기간을 3월 26일로 정하였다. 안중근은 그 보고를 듣고도 사색침식(辭色寢食)이 보통 때와 같았다.’ ‘안중근의 부인은 남편의 유언에 따라 하얼빈에서 장사지내려 하였으나 일본인은 허락하지 않고 뤼순감옥 내 장지에다 장사지내게 했다.’ 안의사의 의거·순국에 대한 기록도 춘추필법을 따랐다. 안의사의 유시(遺詩) ‘장부수사심여철(丈夫雖死心如鐵) 의사임위기사운(義士臨危氣似雲)’ 두 귀절에도 다른 설명은 없다.

 

나는 선비가 그리울 때면 「매천야록」을 읽는다. 이장희 국역의 「매천야록」(대양서적, 1973)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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