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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도민 정치의식의 이율배반성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은데 여론조사에서는 선호도가 왜 그렇게 높게 나오나”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반인들이 묻는 단골메뉴중의 하나다.

 

국내 굴지의 여론조사기관 몇 곳이 전북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정당선호도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40% 선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가 18.7%(3월7일 ‘리서치 앤 리서치’ 조사)에 불과한 것에 비춰보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전북도민의 선호도(전북과 광주 전남을 합친 전라도 지역의 선호도는 30% 수준) 는 압권이다. 여론조사는 시기나 조사방법 등에 따라 큰 차이가 있지만 이런 정도의 비율이 일관되게 나타나는 걸 보면 도민들의 정치의식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나 사적인 자리에서의 정치적 정서는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술자리에서 좋은 안줏거리다.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보다는 비판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잘못한 게 뭐냐고 꼬집으라면 딱 부러지게 잡히는 것이 없으면서도 욕부터 하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 91.6%를 찍어줬는데도 전라북도에 해준 것이 뭐냐”는 핀잔도 있고, “정치인들, 자기들만 잘 되면 다냐? 지역을 챙겨야지...” 식의 서운한 감정도 쏟아내고 있다. “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맨날 갈등요인이나 제공하고...” 등등 거의 수도권이나 영남 정서, 한나라당 시각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아예 “전북 빼고는 지방선거 떡 쳤다”고 예단하는 이들도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전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하는 기류가 강하다. 여론조사에서 정부 및 여당의 지원에 대해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24.2%(매우 큰 지원 받음 3.3%, 어느 정도 지원받음 20.9%)인 반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4.8%(별로 지원받지 않음 47.5%, 전혀 지원받지 않음 7.4%)에 이른다.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정서가 과반수를 넘고 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전북에 대해 지원해 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또는 사석에서 비판적 막말을 해대는 사람이 많은데도 정당선호도 조사를 하면 항상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니 의아해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율배반적 현상에 대해서 어느 학자는 열린우리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열린우리당에겐 치명적 약점이요, 다른 정당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여론조사 행위를 비웃듯 하는 행태도 있다.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나는 거꾸로 응답한다” “여론조사기관이 조사한 결과대로 표가 나오나? 후보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표가 얼마나 많은데...”.

 

정당선호도가 높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낮다고 기 죽을 일도 아니다. 민심은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할 수 있다. 여론조사 때마다 무응답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후보들은 민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좇아 진정한 종이 되겠다는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게 정작 중요한 일이다. 걸개그림만 커다랗게 내건다고 표가 많이 모이는 건 아니다. 빈 깡통이 요란하듯 걸개그림 큰 것 치고 실속 없더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유권자는 걸개그림의 주인공이 과연 정치서비스를 가장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인지를 따져 선택해야 한다. 이런 선택을 한다면 이율배반적 정서라고 해서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이경재(전북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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