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표기법에 의한 「용비어천가」(1447)를 처음 공부한 것은 1952년이었다. 성암(誠巖) 김근수(金根洙) 교수의 「국어학강독」을 수강할때 프린트한 교재로 하여서였다. 이때 나는 서울대 김성칠(金聖七, 1913∼1951) 교수의 역주본 「용비어천가」(조선금융조합연합회, 1948) 상·하 2책을 가지고 있었다. 수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권에는 「용비어천가」 전 125장(章)이 영인·수록되어 있다. 이어서 역주자의 해설이다. 하권까지 이어진다. 해설에는 원 노래(樂章體)의 한역시와 그 배경의 사실(史實)까지 밝혀져 있다. 태조의 고조인 목조(穆祖)로부터 익조(翼祖)·도조(度祖)·환조(桓祖)·태조(太祖)·태종(太宗)에 걸친 조선조 건국의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전 125장의 노래 중, 제 2장인,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아니 뮐쌔 곶 됴코 여름 하나니/새미 기픈 므른 가마래 아니 그츨쌔 내히 이러 바라래 가나니’
를 절창이라 일러온다. 순연한 우리말로의 상징적 표현이 놀랍다.
그동안 「용비어천가」의 주해·연구의 책들도 여러종 나와 있다. 영역본 「Songs of the Dragons」(유네스코한국위원회, 1971)는 나의 애장서이기도 하다. 역자는 나와도 지면이 있는 James Hoyt 박사. 그의 저서 「Korean Studies Guide」(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1962)도 기증받은 바 있다.
‘A tree with deep roots,/Because the wind sways it not,/Blossoms abundantly/And bears fruit.
The water from a deep spring,/Because a draught dries it not,/Becomes a stream/And flows to the sea.’
호이트 박사 영역의 ‘제 2장’을 옮겨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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