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판화가 찍어내는 세상은 상대적으로 환하다’
판화가 찍어내는 세상은 판화가의 노력과 비례한다. 전주에 정착해 판화를 처음 선보이기 시작하던 시기에 가졌던 2인전 이후 10여년 만의 만남이다.
판화가 지용출 유대수 2인전 ‘樹(수), 浮遊(부유)’가 31일까지 전주 예원빌딩 지하 문하공간 지담에서 열리고 있다.
문화공간 지담이 오래전부터 공들여 섭외한 이번 전시는 지역에 판화라는 낯선 장르를 일궈온 이들의 만남이라 더욱 반갑다. 담백한 칼맛을 보여주는 지씨의 정통 목판화는 여전하지만, 유씨는 정통 목판화에서 벗어나 디지털 사진 작업을 했다.
넉넉한 화면 안에 들꽃과 들풀로 이름없는 민중의 삶을 주목하거나 전주의 역사를 지도로 담아온 지씨는 수백년 세월 동안 하늘과 땅을 지켜온 자연의 상징 고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향교의 은행나무 등 고목의 자연스러운 미감을 담백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 현대사회의 분주한 일상 밖으로 밀려난 자연의 여유로움을 전한다.
판화가로 시작해 지금은 각종 전시연출과 기획으로 더 바쁜 유씨는 그의 넓어진 활동 영역을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여준다. 떠돌아 흐른다는 뜻의 ‘부유’를 제목으로 단 그의 사진들은 도시적 풍경을 흔들리는 노출과 속도감 있는 카메라의 시선으로 잡아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일상을 나타내고 있다.
속도에 떠밀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거리감을 두고있는 시선은 현대사회를 무감각하게 살아가는 도시민의 정처 없는 현실이다.
흑과 백의 대비, 흑백과 칼라의 대비, 자연과 현대사회의 대비…. 수많은 대비가 눈길을 끄는 이번 전시는 같은 곳에서 출발해 다른 곳을 향해 가는 두 작가를 맞대어 보는 것이 더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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