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읍내에서 구림면쪽으로 향한다. 강천산군립공원과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면 '높은 마을'(上里)이라는 상리마을을 만난다.
상리마을에서도 잉꼬부부로 손꼽히는 최윤옥 할아버지(84)와 서점순 할머니(83). 67년째 백년해로하며 '장수인이란 이런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큰병은 커녕 감기 걸릴 새가 있간디. 몸이 건강하면 잔병 같은 게 들어올 자리가 없어. 당장 기자양반하고 팔씨름을 해도 지지 않을 걸”
최윤옥 할아버지는 언제나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평생 아픈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는 최 할아버지는 시력도 좋아 지금도 TV를 즐겨 보고 신문읽기도 거르지 않는다.
서점순 할머니도 하루종일 이웃 주민들과 함께 농사일을 거든다. 최근에는 마을 특산품인 담배잎 생산을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비닐하우스에서 보낸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식사시간이 돌아보면 집으로 향한다. 할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서다.
"음식 가리는 게 있나, 없어서 못먹지. 음식 중에선 갈비가 맛나지만 매일 먹을수는 없지. 야채도 잘먹고 김치와 장아찌도 빼놓지 않아. 단 과식은 하지 않아. 배가 부르면 만사가 귀찮아져”
장수 부부의 점심상은 단촐했다. 할머니는 우거짓국에 상추와 장아찌 등으로 상을 차렸다. "음식 가짓수가 중요한가, 세상의 어떤 진수성찬보다 할멈이 차려준 밥상이 낫지”
"뭐든지 맛있게 먹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장수하는 방법”이라는 최 할아버지는 "늘 즐거웠고 지금도 즐겁다”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즐겁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산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병원에 갈 때마다 언제나 '모든게 정상'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장수부부는 4남4녀의 자식을 모두 도시로 떠나 보내고 단촐하게 생활하면서도 집안내 온기는 훈훈하기만 했다.
동네친구로 지내다 일제때 강제징집을 피해 결혼식을 올린 이들 부부는 여태껏 큰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서할머니는 "가끔 소리를 높이거나 그릇이라도 던지려고 하면 바깥양반이 '그려 그릇장수도 먹고살아야지'하신다”고 말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때도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들 부부. 이들의 환한 웃음 앞에 장맛비도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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