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될 리(俚), 상말 언(諺)의 한자어 이언(俚諺)은 속언(俗諺)·속담(俗談)·상말과도 같은 말이다. ‘통속적으로 유행되는 속담’의 뜻을 지니고 있다.
최원식(崔瑗植, 신원미상)의 「조선이언」(朝鮮俚諺, 신문관, 1913)은 판형이 11.3×15.3, 260면의 아담한 책이다. 900여 속담을 수록, 국·한문으로 해설까지 곁들인 우리나라 최초의 속담사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서문에는 ‘보통 사람에게는 수신(修身)의 과조(科條)도 되고 처사(處事)의 규범(規範)도 되어 그 실제의 세력이 경전(經典) 보다 더하다’의 구절이 있다. 속담의 실용·실효성을 말한 것이 된다. 몇 몇 속담을 옮겨본다.
①‘말머리에 태기가 있다구’(馬頭에 胎氣가 有하다구/신혼때 흰 말을 탐으로 혼인초에 수태(受胎)하였다 함은 일의 첫 머리에서 이익의 근기(根基)를 얻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②‘망둥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가 뛴다’(望東魚가 躍하니까 全羅道 추柄이 뛴다/남이 좋아하니까 걸맞지 않은 자가 양양해한다 함이라)
③‘가랑잎으로 눈을 가리고 아옹한다’(檉葉으로 眼을 遮하고 猫聲을 發한다/해설 생략)
나는 ③의 속담으로 졸시집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정신과 표현, 2004)의 이름을 삼은바 있다. 그리고 속담을 이끌어 쓴 10여편의 시를 시집 제3부에 수록하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조선이언」은 그동안 나의 글씨기에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그런데도 이 책의 편저자 최원식의 신원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죄스럽기까지 하다. ‘머리 검은 짐승은 남의 공을 모른다’를 다시금 되챙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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