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韓·美) FTA 협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경제계는 대체로 협상의 원활한 진행을 바라고 있다. 반면 10일부터 2차 본협상이 열리는 서울 신라호텔 주변에는 반대단체의 시위가 잇달고 있다. 온 나라가 한미 FTA로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이처럼 논란거리인 한미 FTA가 우리 경제에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정부는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말한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으로 수출을 늘릴 뿐 아니라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과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면서 “일부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반대단체는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응수한다. 경제규모가 우리보다 20배 큰 미국과의 무역장벽이 없어질 경우 한국에게 득이 아니라 손해라는 것이다. 또 협상에 대한 사전준비 불충분과 국민의견 수렴및 투명성 부족도 지적한다. 농업대책이 미흡하고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역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로서는 ‘개방과 경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1위를 기록하고 동북아 허브를 지향한다지만 자칫 호두까기(nut craking) 신세로 으스러질 위험도 없지 않다. 앞서가는 일본과 뒤를 바짝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끼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미 FTA가 전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이와 관련 지난 6일 군산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산업자원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를 통한 자동차산업구조 선진화전략 민관회의’가 그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서 느낀 점은 ‘답답함’이었다. 우리 정부가 너무 졸속으로 서둘러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아서다.
한미 FTA에서 자동차산업과 IT, 섬유의류 등은 우리의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비해 농업과 서비스업, 지적재산권 등은 피해가 예상된다. 세계 5위를 달리는 자동차산업은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 놓은 효자업종이다.
전북의 경우도 자동차및 부품은 도내 수출의 5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타타대우상용차와 GM대우자동차 군산공장에서 각각 연간 대형트럭 2만대와 승용차 30만대, 그리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중대형 트럭과 버스, 특장차를 연간 12만5천대 생산하고 있다. 완성차 공장과 함께 158개의 부품업체는 1만명 가까운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생산공장으로서의 역할에 그칠 뿐 부가가치가 높은 수주나 설계, 연구개발 기능은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부품업체도 타산성이 맞지 않아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는 추세다.
또한 전국 쌀의 15% 가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두말할 것 없이 치명적이다. 미국산 쌀과 쇠고기, 과일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면 농민들이 입을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한미 FTA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그것은 전북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전북은 산업구조면에서 크게 열악하다. 이번 기회를 산업구조를 전략적으로 재편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는 민선 4기 자치단체가 염두에 두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조상진(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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