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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자치단체장들의 다짐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민선 4기 자치단체장들이 의욕적인 행보를 내딛고 있다. 사람부터 갈아 치우고 개혁의 칼날을 세운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송곳은 주머니 속에 넣어둔 채 느긋하게 그림을 그리는 단체장도 있다.

 

자치단체 경영방침은 출범과 함께 이미 천명한 상태. 그러나 그들이 내거는 구호는 유토피아에 가깝고, 약속은 너무나 화려하다. 사업 가지수는 백화점 상품 숫자만큼이나 많다.

 

그래서 '이걸 누가 믿을까, 이걸 실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무리수를 둘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거짓말 퍽 하네' 라는 비아냥도 삐져 나온다.

 

특히 언론에 비친 그들의 다짐과 구상은 디자인 잘 된 포장지에 싸여 있다. 질문과 답변은 제삿상에 올려질 밤톨처럼 매끄럽다. 고민하는 흔적도 없다. 만능에 가깝다. 이런 형식이 그들을 과대포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개그 콘서트의 강유미 기자' 식으로 치면 '진부한 질문 감사합니다, 의례적인 답변 고맙습니다'가 제격이겠다.

 

시작하는 마당에 약속과 다짐은 필요할 터. 그러나 너무 거창하고 전시적이라면 조롱거리다. 좀 더 소박했으면 좋겠다. 지난 민선 3기 동안 얼마나 많은 구호와 다짐들이 울려퍼졌던가. 그랬던 만큼 우리 삶의 질이나 소득이 나아졌는가. 답변은 도리질.

 

그보다는 이런 식이면 어떨까. "꼭 확인하는 행정을 하겠다". 이를테면 준공에 앞서 도로를 짜르고 규격대로 포설이 됐는지 잣대로 잰 사례가 있다. 민선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전남 장성군수가 그랬다. 다른 사업장들에 소문이 퍼져 철저히 시공하는 계기가 된 건 물론이다. 예산이 새고 둘러부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승진 댓가로 부하직원 한테 돈 받는 일이 벌어지면 사퇴하겠다". 지금도 사무관 승진하는데 몇천만원씩 줘야 하는 관행이 있다. 치졸하지 않은가. 이른바 선거때 도움 받은 측근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들에게 핑계 댈 일이 아니다.

 

"해외연수는 제안을 받아 시행하겠다". 기간, 숙박, 교통, 방문지, 소요예산 등을 스스로 작성해 이행토록 하고, 귀국해서는 보고서를 필히 제출하도록 하는 식으로 말이다. 생산적이지 못한 관광성 출장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출장여비도 쓸어내야 할 관행이다. 시장 군수가 해외출장을 나가게 되면 관내업체나 공무원들이 일정한 여비를 갖다주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관행을 싹 없애라. 이강수 고창군수처럼 해외출장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여비를 만들어 오자 되돌려 주라고 호통친 사례도 있지 않은가.

 

축제 같은 각종 행사경비를 업체에 떠넘기는 부조리도 없애야 한다. 업체한테 돈 받고 공무원들이 큰소리 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공무원들의 친절도도 높여야 한다. 민원 부서는 금융기관 수준 쯤 돼야 한다. 민원인이 와도 멀뚱멀뚱 앉아있다면 시장이나 군수가 욕 먹는다. 세금 내 월급 주는 주민이 공무원 눈치 봐서야 되겠는가.

 

사실 이런 사례는 사소한 것들이다. 그러나 거창하고 화려한 다짐보다는 꼭 필요한 것에 대한 세심한 관심이 더 중요하다. 사회에, 행정내부에, 그리고 우리 의식 곳곳에 병리현상들이 너무 많이 찌들어 있기 때문이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치는 비민주적, 권위주의적 행태가 널려 있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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