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경서 활동하는 번역가 시가 기미꼬(志賀 喜美子·76)씨. 고하문예관 최승범관장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그가 지난 주말 전주를 찾았다. 자신이 번역하고 있는 최관장의 시집 「가랑잎으로 눈 가리고」번역본 수정작업을 위해서다.
기미꼬씨는 한국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동경서는 한국문학 번역가로 이름을 날린다. 김중배의 논설문 「민초여 일어서라」, 현기영의 「도령마루의 까마귀」, 송기숙의「도깨비잔치」, 박지원의「양반전」, 김홍신의 「인간시장」, 그리고 최승범 시집「몽골기행」등을 일본에 소개한 이다.
“한국어공부를 10여년동안 했습니다. 공부하면서 문학작품을 읽게 됐는데,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작가들의 다른작품을 찾아 읽게됐고 일본에 소개하고 싶어 번역자로 나섰습니다.” 그의 남편은 한국인이다.
마흔다섯부터 한국말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한국문학번역 경력도 최소한 20년을 웃돈다.
“일본문학은 작가 중심의 개인소설이 많습니다. 시점이 좁고 사회문제 등을 다루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문학은 사회문제를 많이 다룹니다. 일본 식민지시대 조선민족의 아픔을 다룬 작품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기미꼬씨는 일제시대에 활동했거나, 그 시대를 다룬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 좋아하는 작가로 조명희 현기영 김홍신 등을 꼽았다.
최승범관장과의 인연도 이채롭다. 전북대학 농과대 앞의 비문(최관장이 썼다)에 새겨진 ‘여름지’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자 찾게됐다. 그때가 2001년이다.
“최선생님은 저의 한국문학 번역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책을 몇권 선물받았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소개한 것이 시집 「몽골기행」. 그가 번역한 첫 시집이다.
“최선생님을 뵈면 온화하고 따뜻한 분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작품에도 그 인품이 고스란히 배어나죠.” 「몽골기행」은 2003년 일본서 출판됐는데, 신문과 잡지 등지에서 서평을 내는 등 관심이 높았다고 들려준다. 「가랑잎에 눈 가리고」도 번역작업은 마무리단계다. 시 속의 인명 지명 속담 등의 해설이 필요해 전주를 찾은 것이다.
기미꼬씨는 이미 문예지 「전북문학」을 통해 이 지역에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에세이가 여러차례 전북문학에 실렸다. 반대로 최관장의 산문들도 기미꼬씨의 번역으로 일본 문예지에 소개되고 있다. 두 사람은 좋은 경험을 글로 공유한다.
그는 이번 방문길에 고하문예관 문우회 회원들과 목포로 문학기행을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기미꼬씨는 조용하지만 힘있게 한-일 문학교류를 실천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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