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世事)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특히 새 출발은 우리 인생에 있어 단비와 같다. 그곳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고 가벼운 흥분도 있다. 서로에 대한 격려와 다짐으로 하여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한다.
지난 18일 발표된 민선4기 전북도정 핵심사업도 그 중의 하나다. 신규사업 55개, 계속사업 31개 등 모두 86개의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일각에서는 21조에 이르는 사업비를 들어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비 추진사업들, 다시 말해 호남고속철도 · 전라선 전철화 · 국가연구단지 · 무주 기업도시 · 명품 혁신도시 · 세계 태권도공원 조성과 같은 국가 프로젝트들을 감안한다면 사업비 규모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36조 규모의 J프로젝트도 있는데 신임지사의 21조가 무에 그리 대순가?
적어도 민선4기 전북도정의 핵심사업은 그 면면에 있어 현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주항공기지라든가 540홀 규모의 골프장 같은 황당무계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만으로도 민선 1, 2, 3기보다 훨씬 발전적 이다.
특히 아시아 식품산업클러스터와 한(韓)브랜드 전략기지화 사업 등은 지역특성과 성장동력을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장군수들이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사업들도 주목할 사업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민선, 그리고 새 출발은 그래서 좋다.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그들의 의욕을 높이 사야 한다. 관록을 앞세워 공허한 구호 남발을 거듭하거나, 변변한 프로젝트 하나 내놓지 못했던 단체장들을 생각한다면 금석지감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신임 도지사나 시장 군수들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의욕이 앞서 행정만능주의, 개혁드라이브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투자정책도 중요하지만 민간부문의 자구적 노력이 성공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투자정책만으로는 어림없다. 전북경제가 아무리 왜소하다지만 지방정부의 능력만으로 민간부문 전체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외려 인허가 · 회계부서의 부정부패, 그리고 복지부동과 민(民) 위에 군림하려는 행정의 초법적 권위주의가 민간부문의 발목을 옭죄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세계 각국의 성공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불어 노인 · 서민 · 여성 · 농민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정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예산규모 연 3조, 도로포장 10㎞에 천억 대를 쏟아 부으면서 전도민의 13%를 차지하는 24만 노인 복지예산에는 고작 기백 억을 쓰겠다면 말이 되겠는가?
IMF이후 거듭되고 있는 경제난, 지금 도민들은 지쳐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보다 ‘민력(民力)의 휴양(休養)’을 원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개혁도 마찬가지다. 조광조의 개혁이 작사무점(作事無漸)으로 하여 실패했던 것처럼 개혁은 점진적인 것이어야 한다. 민선단체장이 쿠데타나 혁명의 주체세력은 아니잖은가? 성공의 열쇄는 바로 민(民)과 더불어 가는데 있다. 그것도 서민(庶民)과 더불어 가는데 있다.
/이대성(신아출판사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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